[사설] '경제정책'에 파묻힌 '소년 善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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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보면 그 나라의 장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비록 진부한 얘기면서도 결코 외면 할 수 없는 메시지다. 청소년들은 훗날 한 가정의 가장들이요, 사회의 구성원들이자 일꾼들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라의 기둥이 될 예비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소년-소녀들을 국가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심혈을 기울여 교육하고 선도해야 할 당위성이 거기에 있는 것이다.
만약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교육 당국, 가정에 이르기까지 이들 소년-소녀들에 대한 교육은 물론, 선도(善導)를 도외시하거나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결국 한 지역의 장래와 한 나라의 미래를 그르치게 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 시대 소년-소녀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도와 사고(思考)-행동의 건전성 여부는 국가 장래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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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내 상당수 소년들의 정신적 건강도와 사고(思考)-행동의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소년사건 접수 현황이 그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2007년 소년 범죄 사건은 무려 628건이었다. 그 1년 전인 2006년 소년범죄 360건에 비하면 갑절에 가깝다. 이러한 소년범죄의 가파른 급증이 작-금년에 한해 일어난 특이한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는 매우 주목해야 할 중대사요, 우려할만한 일임이 분명하다.
법원의 창구(窓口)에 비친 소년 범죄가 전부라면 그나마 다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년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전부가 법원의 창(窓)에 비치는 것은 아니다. 이러저러한 사유로 묻히고, 합의되고, 불기소돼 법원까지 가지 않은 사안들이 그 수만큼 못한다는 증거도 없다. 확실한 것은 실제 제주도내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소년 범죄는 법원의 창에 투영된 그것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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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걱정스럽고 심각한 문제인가. 내일의 가장이요, 사회의 일꾼이며, 나라의 기둥이 돼야할 그 많은 제2세들이 길을 잘못 들어서고 있다면 그것은 그들만의 잘못일 수가 없다. 나라와 지방정부와 교육 당국과 부모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역시 법원의 창에 비친 현상이지만 제주도내 부부들이 해마다 약 1300여 쌍 2600여명 안팎이 협의 이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소한 그 숫자만한 소년-소녀-어린이들이 이른바 결손 가정에서 헤매고 있다는 결론이다. 부모 이혼으로 인한 소년 범죄도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정부 당국도 과거에 청소년 선도문제를 주요 정책으로 다룬 적이 있었으며, 제주도와 도 교육 당국도 청소년 선도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근년들어 청소년 선도 정책도, 캠페인도 자취를 감춰버렸다. 요 몇 년 동안 경제, 경제하면서 정신을 파는 사이 청소년 정책이 밀려난 탓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예 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와 더불어 혁명적인 영어교육에도 매진하고 있다. 국민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글로벌시대의 인재를 양성하려면 경제를 살려야하고 영어교육에 열을 올려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잊지 말 일은 자칫 빗나가기 쉬운 소년-소녀 등 청소년에 대한 선도 책이다. 정책이 경제와 영어교육에 편중된 나머지 청소년 문제를 소홀히 하거나 인성교육을 외면한다면 나라의 장래가 밝지 못할 수도 있다. 소년 범죄 예방 대책만은 아무리 강화해도 편중되거나 지나침이 없다. 소년-소녀를 그르치게 하는 것은 국가적 큰 손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