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 대여금 채권 인정될까
지법, "증여 또는 책임없는 채무관계" 이색 판결
가족 소유 부동산 경매때 배당된 금액 경정 판시
'허위채권 아니라는 사실 입증해야 배당 가능" 취지
2008-02-22 김광호
부부간 및 부자간 등 가족간에 작성된 대여금 채권이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설령 금전거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부관계나 부자관계에서의 금전거래는 증여이거나 자연채무 내지 책임없는 채무관계로 볼 여지가 많다”며 대여금 채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제주지법 민사 3단독 이계정 핀사는 최근 A씨가 B씨와 C씨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에서 “지난해 6월 제주지법이 작성한 부동산 강제경매 사건 배당표 중 피고 B씨에 대한 배당액 4300여만원을 0원으로, C씨에 대한 배당액 790여만원을 0원으로 하고, 원고 A씨에 대한 배당금 4100여만원을 9300여만원으로 경정한다”고 원고의 청구를 그대로 인용해 판결했다.
피고 B씨는 이 경매사건 채무자의 부인이고, C씨는 채무자의 아버지이다.
지법은 지난해 이 채무자에 대한 부동산 강제경매 금액을 배당하면서 이들이 각각 주장한 대여금 채권을 인정해 처 B씨에게 4300여만원, 부 C씨에게 790여만원을 배당했다.
그러자 원고 A씨는 “이들의 대여금 채권은 모두 허위의 채권이므로 이들을 배당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배당 이의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이 판사는 “경매시 채무자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가까운 친족인 경우 채권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된 차용증 등의 문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문서는 쉽게 작성될 수 있고, 날짜도 소급해 작성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춰 문서를 쉽게 취신해서는 안 되며, 실제로 그러한 금전거래가 있었는지 면밀히 살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어 “피고 B씨의 경우 제출한 차용증서(1400여만원)의 내용과 형식이 조잡하고, 또 1억원을 대여했다는 점에 부합한 금융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피고 C씨도 아들(채무자)에게 3000만원을 대여했다는 내용의 차용증서를 제출했으나 구체적인 금전거래 내역이 없고, 부자관계에서 연 24%로 고율의 이자를 약정한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며 허위채권”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