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도는 날고…경찰은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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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면 농촌지역에서 20여일 사이에 다섯 차례나 강도가 출몰하면서 부녀자들을 위협, 금품을 강탈해 갔으나 경찰은 범인 체포에 허탕만 치고 있었으니 한심한 일이다. 결과는 어떤가. 강도범이 범행 무대에서 훨씬 먼 남원에서 자살함으로써 끝이 났다.
이번 연쇄 강도사건의 첫 발생 지역은 안덕면의 농촌지역이다. 지난 달 28일 범인이 집에 혼자 있는 부녀자를 흉기로 위협, 금품을 빼앗아 도망치면서 연쇄 강도사건은 시작되었다.
그 이후 같은 안덕면 내에서만 강도사건이 계속 일어났다. 불과 20여 일 동안 3~7일 간격을 두고 안덕면 마을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도 사건이 네 차례나 발생한 것이다.
특히 다섯 번째 강도사건은 경찰이 지난 14일 용의자의 모습과 인상착의를 담은 전단을 전도에 배포, 공개수사에 들어 간지 나흘만인 18일 안덕면 창천리 인접 마을인 색달동에서 일어났다.
범인이 경찰을 얼마나 비웃고 조롱하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나는 강도에 기는 경찰”이란 도민의 비아냥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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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한때 안덕면뿐만 아니라 이웃 중문동 주민들까지 공포에 떨어야 했었다. 오죽하면 피해지역 주민들이 야간 출입을 자제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바깥나들이까지 단속했었겠는가. 범인이 자살하기 전 안덕면과 그 이웃 주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알고도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경찰이 도대체 첫 강도사건 이후 어떻게 대처했었기에 이런 상황까지 몰고 왔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첫 강도사건 발생 즉시 범인검거를 못한 데는 그럴만한 무슨 사정이 있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초동 수사 때부터 경찰력이 제 몫을 다했다면 설사 범인은 못 잡더라도 최소한 제2에서 제5범행까지는 예방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다섯 차례, 그것도 인구-가구 수가 얼마 되지 않은 1개 면의 넓지 않은 지역에서 연쇄 강도사건이 일어나도록 만든 경찰, 특히 서귀포 경찰의 무력함을 보면서 과연 이들에게 주민의 생명 재산을 안심하고 맡겨도 되는지 회의를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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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의 경찰 수사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실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달 28일 첫 강도사건 이후 이달 13일 네 번째 강도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경찰의 태도가 너무 안일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범인을 체포하지 못한 상황에서 두 번째 강도사건이 일어났다면 지체 없이 공개수사로 전환했어야 했다. 무려 네 번째 사건이 일어난 다음인 지난 14일에야 뒤 늦게 전단을 뿌리는 등 공개수사에 나서다보니 제3, 제4, 제5의 강도사건이 튀어 나온 것 아닌가. 경찰에서 사건을 쉬쉬한 것이 결국 범인을 숨겨 계속 범행토록 방치한 꼴이 되었다.
범행지역의 검문-검색도 문제다. 20여 일 간 안덕면과 그 이웃마을에서 다섯 차례나 범인이 강도짓을 하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거침없이 돌아다니면서도 검문-검색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경찰 그물망에 구멍이 크게 뚫려 있었음을 뜻한다. 인구도, 가구 수도 얼마 안 되는 소규모 농촌지역에서 다섯 번의 강도사건이 발생해도 속수무책이다가 범인이 자살해서야 해결 짓는 경찰을 도민이 어떻게 믿겠는가.
경찰의 무력함을 드러낸 것이 또 있다. 범인이 범행 장소인 안덕면에서 멀리 떨어진 자살 장소인 남원까지 가면서도 검문-검색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많은 경찰 병력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범인을 놓쳤는지 궁금하다. 이제 범인의 자살로써 매듭은 지어졌지만 경찰에게는 지울 수 없는 수치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