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2004-09-10     김용덕 기자

올 여름 제주에 불어 닥친 태풍은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제17호 태풍 메기는 긴 가뭄의 끝을 맺게 해 준 ‘효자 태풍’으로 불리울 정도로 고마운 태풍이었다.

지난 1963년 사라호 태풍이 제주 전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기억을 가진 나이든 분들은 올해 태풍을 고마운 태풍으로 여김직도 하다. 태풍이 고맙다니 격세지감으로 봄직도 하다.

▶서귀포시는 6일 불어닥친 대형급 태풍 ‘송다’가 큰 피해없이 비켜간데 대해 안도의 한숨이다. 처음 이 태풍이 올라올 때만 해도 서귀포시 공무원들은 안절부절이었다. 올들어 최고의 세력을 자랑하는 태풍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그 피해는 예상했던 것보다 미미했다. 태풍 ‘송다’가 피해를 준 것은 중문해수욕장 모래언덕을 유실시킨 것 뿐이다.
사실 유실도 아니다. 원래 있던 장소에서 서쪽인 하얏트 호텔 근처 쪽으로 모래를 옮겨 놓은 것뿐이다. 그것도 1200t에 불과했다. 모래 1t에 5만원 정도한다고 하니 약 6000만원 정도의 모래가 옮겨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방송에서 또 한번 중문해수욕장 모래가 유실됐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다. 해수욕장 폐장이후에 생긴 일이니 행정당국은 자연현상의 추이를 지켜볼 뿐이다.

▶제7호 태풍 ‘민들레’를 기억할 것이다. 이 ‘민들레’는 중문해수욕장 개장전에 불어닥쳤다. 그리고 약 3만t의 모래를 중문해수욕장으로 유입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돈으로 따지면 15억원의 효과를 본 셈이다.

서귀포시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효자 태풍이었다. 이 효과로 인해 중문해수욕장은 개장이후 최고의 피서객이 몰리면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3만t의 모래가 중문해수욕장으로 유입되면서 자연적인 모래 언덕이 형성, 눈요기 뿐 아니라 피서객들의 카메라 포즈 장소로도 각광을 받았다.

이 유입된 모래 가운데 극히 일부분인 1200t의 모래가 이번 ‘송다’의 영향으로 서쪽으로 이동해 간 것이다. 내년 태풍으로 다시 또 원래 복귀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연현상에 의한 모래의 이동을 유실이니, 아니니 따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흑백논리를 따지기 좋아하는 단순한 우리들의 사고일 뿐이다.
사실 해수욕장의 근본 조건인 모래가 없다면 피서지로 지정하기는 곤란한 일이다. 모래가 부족하면 행정당국으로서는 ‘생돈’을 들여서라도 모래를 사와야 한다.

그래서 태풍에 의해 모래 유실이 심각할 경우 서귀포시로서는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민들레’에 의해 3만t의 모래가 유입되고 다시 ‘송다’에 의해 그 10분의 1도 아닌 1200t의 모래가 서쪽으로 이동되면서 모래언덕의 모습이 훼손됐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백사장 면적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한편으로는 미관상 좋지 않은 풍광이 됐다는 점에서 아쉬운 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순전히 자연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을까.
태풍이 가져오는 결과에 우리들은 그저 일희일비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