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채권 소득세 부과할 수 없다"
지법, 'A씨 세무서 상대 부과처분 무효 확인' 승소 판결
"환매권자에 대한 종합소득세 5억6800만원 취소하라"
2008-02-17 김광호
행정당국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김상환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5일 A씨(72.제주시)가 제주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무효 확인 및 취소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 대한 2006년 귀속 종합소득세 5억6800여 만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환매권이 발생할 경우 이를 원고에게 통지.공고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제주시의 행위는 원고가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할 권리(환매권)를 침해한 것으로, 채권의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라며 “종합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손해배상금은 소득세법상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해 받는 위약금이나 배상금으로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세무서는 손해배상금의 발생 원인을 본래 계약인 협의취득에서 찾고 있지만, 그 원인은 새로운 매매계약을 체결할 기회를 상실한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세무서의 주장대로 계약의 위약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원고가 지급받은 손해배상금은 환매권자가 입은 현실적인 손해를 전보하기 위해 지급된 손해배상금으로, 협의 취득없이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을 경우에 실현될 수 있는 이익(자연적인 지가 상승)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97년 중앙공원 조성 계획이 수립된 제주시 도남동 일원 개발제한구역 내 두 곳에 4768m2의 토지를 소유했던 A씨는 보상금 5억6500만원에 제주시에 협의 매도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협의 취득한 이 곳에 5년이 경과하도록 중앙공원 조성사업을 시행하지 않았으며, 원고에게 구 특례법이 정한 환매권 발생 사실을 통지하거나 공고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법률에 인정된 환매권 행사를 할 수 없었다며 제주시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 2심 판결 과정을 거쳐 13억5600여 만원을 지급받았다.
따라서 제주세무서는 이 손해배상금은 소득세법상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해 받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에 해당한다며 그 소득에 해당하는 5억6800여만원을 소득세로 부과 처분했다.
한편 현재 제주지법에는 이와 유사한 청구 소송 사건이 약 10건 정도 접수돼 있다. 잇따를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