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 지하수, 큰 일 날 수도
한진그룹 미래 위해 물 시판 신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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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이 드디어 제주지하수를 시판(市販)하기 시작했다.
당초 한진그룹 계열사가 제주지하수를 개발, 제한된 범위 내에서나마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4년부터였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중산간 지역에 지하수 생산시설을 갖춰 한 달 3000t씩 채수(採水), 대한항공 기내 음료수와 계열사용으로만 공급해 왔다.
제주도가 공수(公水) 개념이 강한 고갈 위기의 지하수를 보호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 대량 생산-시판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 한진그룹의 ‘한국공항’은 청정 제주지하수의 높은 수익성에 착안, 일반 시판을 추진해 왔다.
그래서 지하수를 개발, 시판하고 있는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와의 형평성을 들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승소를 이끌어 냈다.
따라서 한진그룹은 그동안 준비를 끝내고 엊그제부터 본격적인 제주지하수 국내시판에 뛰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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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행정소송에서 주장한 것은 이런 취지였다.
“자체 생산한 제주지하수 시판을 제주도지방개발공사에만 허용하고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해서는 지하수 보호를 내세워 불허한 것은 영업자유의 중대한 제한이며, 제주지방개발공사에 대한 특혜”라는 요지다.
우리는 대법원이 한진그룹의 손을 들어준 이상, 제주지하수 시판을 두고 왈가왈부(曰可曰否)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제주도가 제주개발공사에 대해 지하수개발-시판을 허용할 당시에도 뜻 있는 도민들은 그것을 반대했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싶을 뿐이다.
개발공사의 지하수 개발-시판이 선례가 되어 앞으로 제주지하수가 난개발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한진그룹의 지하수 시판은 바로 그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제주지하수에는 큰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
제주개발공사와 한진그룹이라는 두 거대 공기업과 사기업(私企業)이 나란히 청정 제주지하수를 취수, 돈벌이를 하게 되었는데, 향후 다른 공기업, 혹은 사기업이 제주지하수 개발-시판을 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기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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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도민들의 세금인 제주도 예산 50억 원이 투자된 준 공기업인 ‘제주항공’이 기내음료용과 시판용으로 제주지하수를 개발하겠다고 한다면 응당 허용해 주어야 할 게 아닌가.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도, 사기업인 한진그룹도 모두 제주지하수를 개발, 시판하는 데 유독 도민 세금이 투자된 ‘제주항공’만 그 사업을 못하도록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형평성과 특혜의 문제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너도 나도 주식회사를 차려 막무가내로 지하수를 개발, 물장사를 하겠다고 덤빈다면 큰일이다.
한진그룹의 지하수 시판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제주개발공사와 한진그룹의 지하수 시판이 빌미가 되어 제주의 땅속 청정수가 고갈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한진그룹 스스로가 한진그룹의 먼 훗날 더 큰 이익을 위해 어렵겠지만 제주지하수 시판 계획을 수정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잖아도 제주도 지하수는 지역에 따라 해수 침투-오염-수위 저하 등 이상 징후들이 나타난 지 오래다.
제주도를 상대로 굴지의 항공사-호텔-관광업 등 종합 대형 사업들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으로서도 제주지하수가 보전돼야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얻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