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

2004-09-09     강병철 논설위원

우리가 알고 있는 다단계 판매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판매기법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광고영향으로 구매하는 경우는 15%에 불과하고 85%가 주위의 권유에 영향을 받아서 구매한다는 1927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생의 소비자 심리분석논문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판매기법을 1945년에 미국의 한 건강보조식품회사가 도입하였다. 적법성의 논쟁 속에서 1979년 암웨이라는 회사가 승소하면서 미국 내에서 적법한 사업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1995년 한국에서도 다단계판매법규를 제정했다.

이 판매기법은 수많은 논쟁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무자본에 무점포 위험부담도 없는 꿈의 사업, 보통사람들이 꿈꾸던 모든 것이 들어있는 듯한 환상을 사람들은 믿게된다.

국내의 이름 있는 기업들도 이 다단계 판매망으로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시대의 조류이고 자유기업정신에 부합하는 하나의 사업형태인 만큼 구태여 다단계 판매기법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다단계 판매원들의 생활은 너무나 비참한 것 같아 보인다. 대다수가 수익이 없이 미래를 바라보며 악전고투하고있다. 어떤 행위의 결과는 일차적으로 본인이 책임져야하지만 이차적인 책임은 사회구성원 전체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개개인이 모여서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다단계판매가 사회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박영관씨가 고이장으로부터 다단계판매를 권유받았을 때 난감했었다. 벌써 그의 친구가 다단계판매에 심취해서 가정경제를 파탄 내고 이혼한 후에 어디에서 사는 지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박밭에서 열심히 일하고 양배추를 심던 고이장이 난데없이 콜택시를 불러 타고 말쑥하게 양복을 입고 제주시에 있는 다단계회사로 출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고이장은 육개월 후 다단계회사가 파산해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고 한다. 다소 경제적으로 손해가 있었겠지만 그만하기가 다행이라면서 박영관씨는 고이장이 섭섭한 마음을 풀고 즐겁게 한잔의 술을 권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하였다.

 보통의 사람들이 경제적 속박에서 벗어나길 꿈꾸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세상의 어떤 기업도 좋은 점만을 소유할 수는 없다. 부정적인 면을 무시하고 다단계사업에 뛰어든 사람을 설득하여 다른 길을 선택하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는지도 모른다. 굳이 그 길을 가겠다면 조급하거나 큰 욕심을 가지지 말고 생활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가족들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명심하고 악영향을 충분히 고려해보길 빈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하물며 기업이야 영원할 리가 만무하다. 요즘은 자신의 모든 것을 함부로 올인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심히 걱정된다.  

소설가  강  병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