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민주노동당의 현주소
장개석(蔣介石)과 모택동(毛澤東)은 서로 정반대의 이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서로 하나가 되어 국공합작(國共合作)을 단행하였다. 국공합작은 중국현대사의 전개에서 중요한 몫을 담당하였다. 하물며 한 뿌리에서 출발한 진보정당 민노당이 ‘종북(從北)주의’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한편에서는 ‘종북주의’ 청산과 ‘새로운 정당 건설’을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분당이 진보정당을 살릴 길이라는 확신이 있는가”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심상정 국회의원은 민노당을 향한 ‘종북 주의’라는 비판에 공감하면서 대대적인 쇄신을 선언하였다. 심 의원은 ‘종북주의 청산’ 문제에 대해 “당헌과 강령에 기준해서 그동안 친북적 실천과 사업에 엄정히 평가할 것”이라고 덧 붙였다. 민노당은 민심을 얻지 못해 대선에 참패하고도 민심과 동떨어진 ‘종북’ ‘분당’ 소동으로 갈등과 내분을 겪고 있다. 당 지지율도 4~5%대로 추락하였다. 난데없이 웬 ‘종북주의’ 타령인가? 그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수구세력이 아니라 명색이 진보세력인 민노당 안에서 말이다.
그리고 종북패권주의가 민노당을 망쳤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진보 정당임에도 북한의 핵무기도 비판하지 않고,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주장이다. 종북주사파(從北主思派)에서 종북이라는 말은 북한을 추종(追從)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주사파라는 것은 주체사상파의 준말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북한을 추종하는 그룹이라는 뜻이다. 주사파는 19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운동권에서 최대의 그룹으로 활동해 왔다. 거의 대부분의 사회운동에서 다수파이며 민노당에서도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다. 돌아가신 문익환 목사의 주장대로 ‘친북’하고 ‘친남’해야 통일되지만, 남과 북의 노선과 체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 ‘종남’으로는 평화도 통일도 어렵다.
지금은 민노당을 대규모 혁신하고 재창당할 때이다. 17대 대선의 3%, 71만 표 지지에 숨은 민심의 준엄하지만 애정 어린 마지막 경고마저 무시한다면, 회생할 길은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일념으로 서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서민들의 요구와 의견에서 배우고 서민들의 피부에 닿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보다 창의적인 활동 방법을 개발하고 대민 봉사, 문예선전을 결합한 민중참여 형 정치활동사례를 만들어 참신하고 풍부한 진보정치를 국민에게 선보여야 한다. 이러한 혁신 노력으로 민노당이 다시 도약하길 바랄 뿐이다.
이수호 새진보연대 대표도 한 토론회에서 “(진보정당의) 새로운 틀은 마르크스-레닌식 구사회주의나 북한사회주의의 추종에서 탈피하고, 조직 내의 과도한 정파 대립에 의한 반조직적 패권주의나 비민주적 행태의 척결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진정한 국가복지 체제의 구현을 위해서는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대안적 경제체제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민노당은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 분열의 위기에 몰려 당원과 민중들의 신뢰와 지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그것은 결과 예측의 실패와 그에 따른 위기관리 시스템 및 지도력 부재의 문제로서, 이 상황이 현재 우리 진보정치 진영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진보란 무엇인가? ‘인간의 힘으로 역사를 새로이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바로 진보이다. 사회 전반에 보수대연합 구도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진보정치가 고립적 상황에 놓였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없을까? 진보세력이 망라하는 대연합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시대에 뛰 떨어진 이념논쟁, 분당소동을 벌일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앞선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