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 몇 토막
요즘 난데없는 과거사·역사이야기로 세간(世間)이 조용하질 못하다. 친일행위를 규명해야 한다는 가하면, 친공·용공도 가려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불을 놓고있다. 중국은 우리의 고구려사를 자기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하고, 일본은 아직도 역사왜곡을 습관처럼 반복하고있다.
이럴 때 우리가 우선 해야할 일은 아무래도 국사를 잘 아는 길 밖에 없는 듯 싶다. 먼저 쉬우면서도 뜻이 깊은 민족의 역사를 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민 된 도리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국사 전공도 아니고, 사학자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역사에 취미를 붙이고 있는 덕분에 평소 익혀 두었던 몇 가지가 있어 이를 소개하려 한다.
-조선 역대 왕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종묘(宗廟)의 큰문은 창엽문(蒼葉門)이다. 이 문의 이름은 지금으로부터 6백10여년 전인 1393년 정도전에 의해 지어졌다. 첫 자인 창(蒼)을 해자(解字)하면 이십팔군(二十八君) 즉, 스물여덟 임금이라는 의미이다. 또 엽(葉)자는 이십팔세(二十八世)로 풀이된다.
현재 종묘에는 마지막 황제인 순종까지 27대 임금과 영왕 이은(李垠)공을 포함하여 모두 28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더 이상 봉안할 공간도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면 당시 정도전은 이미 조선의 장래를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엄연한 사실이기에 그저 놀랍기만 할 따름이다.
-우리는 조선왕조를 흔히 이조(李朝)라고 부른다. 우리 역사 상 이조라는 국호를 가진 나라는 없다. 분명한 것은 조선(朝鮮)이요, 대한제국(大韓帝國)이 있을 뿐이다. 일본 학자들이 우리를 비하하기 위하여 이씨조선(李氏朝鮮)이라는 말을 만들어 쓰기 시작하였다.
한낱 이씨가 다스리는 씨족국갇부족국가로 격하시킴으로써 주권국가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약화하려는 얄팍한 꾀가 들어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내용도 모른 채 ‘이조5백년’ ‘이조백자’라는 용어를 무심코 사용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로부터 무려 5백년에 이르는 역사를 써 내려온 책이다. 개인의 일기도 아닌, 한 나라의 역사를 매일 기록했다는 것은 우리 조상들만이 지닌 지혜요 저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는 통칟제도·경제·사회·문화·기상 등에 이르는 거의 전 분야를 담고있다. 그 내용과 분량은 물론이고 가장 긴 시간에 걸쳐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세계최고의 문헌이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조선왕조실록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 등록되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의 이름을 알고 싶어 여쭈어 본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모르겠다는 것이다. 진정 몰라서 하는 대답은 아닐 것이고, 잘 부르지도 않는 이름을 굳이 알아서 무엇하겠느냐는 마음이 들어있었을 터이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만 해도 여자의 이름을 좀처럼 쓰지 않았으니까 그럴 만도 하다. 분명히 조선시대 여성들의 이름은 있었다. 상민 출신 여성들의 이름은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하다. ‘구슬이’ ‘방울이’ ‘보배’ ‘장미’ ‘매화’ ‘국화’ ‘가시레’ 등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한다.
-고구려의 엄마는/ 아이가 말을 배우면/ 맨 먼저/ ‘고구려’라는 말을 가르쳤다./ 다음으론 ‘송화강’이란 말을 가르쳤다./ 아이가 커서/ 골목을 뜀박질하게 되면/ 고구려의 엄마는 요동성 얘기를 해주었다./ 고구려 사람은/ 겁내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엄마는/ 요동성을 지키다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현득 님의 동시 ‘고구려의 아이’에서 뽑아 보았다.
제주산업정보대학장 이 용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