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이유 더 엄격 '눈길'

"압수수색 절차 위법성 대법원 '예외'에도 해당 안 돼"
영장 미제시ㆍ압수 대상 아닌 문건 압수 등 위법 인정
검찰, "판결문 검토, 대검 협의 후 재상고 결정" 밝혀

2008-01-15     김광호
김태환 지사에 대한 광주고법 파기 환송심의 판단은 오히려 대법원 전원합의체보다 한 수 위였다. 무죄 선고 이유가 더 엄격해 눈길을 끈다.

대법원은 이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을 파기 환송하면서 “위법한 압수 절차에 의해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다만, 위법 수집된 증거라도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증거 능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 사건에서 압수절차가 위법했는지, 위법하게 수집된 압수물에 대해 증거 능력을 배제할 것인 지의 여부를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대해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상철 부장판사)는 “압수 절차가 영장 제시 및 고지 의무를 위반했을 뿐아니라, 압수물이 압수수색영장의 압수 대상물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검사가 영장을 제시했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파기 환송심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압수물이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것이므로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점 사실상 새로인정된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검찰이 압수한 목록을 약 6개월 후에 김 지사에게 지연 교부한 것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검찰 측은 지연 교부를 인정하면서도 “형사소송법 등 어떤 규정에도 교부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결국, 재판부는 이 사건 (검찰의)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압수절차상 위법을 은폐하려고 압수목록을 지연교부한 게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든다”고 까지 밝혔다.

어떻든,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종래 성질.형상불변론의 파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무죄 선고가 충분히 예상됐던 만큼 전혀 의외의 결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 사건 사실 심리에서 드러났듯이 (압수) 문건만 보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게 분명하지 않으냐”며 ‘압수 절차만 놓고 따지는 대법원의 판단’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일부의 법 감정을 바뀐 법리에 맞춰 이해시켜 나가는 대법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편 황윤성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판결문을 입수해 검토한 뒤 대검과 협의해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황 차장검사는 “첫 판례이고, 중요한 판례인데다, 특히 파기 환송심이 수사 검사인 이시원 검사의 진술서를 채택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며 사실상 재상고할 뜻 임을 내 비췄다.

만약, 검찰이 재상고하지 않으면 이번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고, 상고할 경우 약 2개월 이내 대법원 확정 판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