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논 분화구 보전 정부가 나서야"

2008-01-11     제주타임스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호동 경계에 위치한 61만㎡ 규모의 ‘하논 분화구’는 우리나라 유일의 이탄(泥炭)습지다.

이탄 습지는 물질을 썩게 하는 미생물이 부족해 꽃가루 등 식물들이 시대별로 퇴적된 곳이다.

하논 분화구에 쌓인 퇴적층은 동북아 5만년간의 고기후와 고식생등의 자연사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가치 때문에 우리나라 세종 남국탐험대도 이곳의 퇴적층을 굴착해 고기후 연구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서귀포시는 지난 2003년부터 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하논 생태숲 보존 사업을 마련했었다. 2012년까지 75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귀포시는 최근 이 같은 하논 생태숲 보존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사업 전면중단이다.

사유지 매입비 등 보상비를 마련하지 못했고 정부의 예산 지원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자금 마련도 없이 사업에 뛰어 들었던 서귀포시의 조급성을 따질 생각은 없다.

다만 학술적으로나 생태학적 가치가 높고 중요한 하논 분화구가 훼손되거나 파괴되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생태나 자연환경은 한번 훼손되거나 파괴되면 사실상 원상회복이 불가능 하다.

따라서 하논 분화구 보존사업은 서귀포시가 아니고 정부차원에서 추진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제주도가 앞장서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소중한 자연의 보고(寶庫)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