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황당 공항'
우리나라 지방도시에는 ‘황당한 공항’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공항이 경북 울진에 있는 공항이다. 이 울진공항은 당초 2003년 개항 목표로 1300억 원을 들여 완공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을 못 열고 있다. 이용 승객이 적기 때문이다. 승객이 적으니 여기에 취항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있을 리 없다. 문도 열지 못한 채 차일피일 세월만 허송하고 있는 셈이다.
‘황당 공항’인 점에서는 강원도 양양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개항한지 이미 6년이 되었지만 활용도(活用度)는 형편이 없다. 현재 이 공항은 대한항공이 김해 노선에 주 4회 취항하고 있으나 이용 승객이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해 한창 성수기였던 7월에는 하루 평균 66명, 8월에도 116명이 고작이었다. 상주 공항직원이 82명인 점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은 바로 양양국제공항에 딱 들어맞는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어떤가. ‘서 남권 거점공항’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지난해 11월 개항했지만 하루 평균 여객기 운항 대수는 국내-국제선 각 1편 정도다. 이용객 역시 한달 평균 300명에 못 미친다고 한다. 연간 여객기 14만회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와 B747기 등 7대의 항공기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터미널을 갖춘 무안국제공항의 현주소다.
더 한심한 공항도 있다. 예천공항이다. 이 공항은 제5공화국 시절 실세였던 지역출신 인사의 정치적 입김에 의해 유치되었는지 ‘유 아무개 공항’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렇더라도 공항이 공항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나무랄 일도 아니지만 이용객이 적어 2004년 폐쇄해 버렸다. 이들 ‘황당 공항’을 애써 건설하느라 얼마나 많은 국민 혈세가 투입 되었겠는가. 낭비다, 낭비.
대한민국 일부 지방 공항의 실상이 이러하니 프랑스 AFP 통신의 ‘황당 뉴스’ 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구랍, 바로 이 통신의 ‘2007 황당 뉴스’는 “거액을 들여 개항한 한국의 지방공항에 어떤 항공사도 취항을 원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AFP가 어떤 통신인가. 로이터, AP와 더불어 세계 3대 통신사 중의 하나다. 이러한 세계적 통신이 한국의 ‘황당 공항’을 ‘황당 뉴스’로 선정, 그 전파가 삽시간에 지구 한 바퀴 뱅 돌게 했으니 국제적 조롱이다.
비좁은 제주국제공항 확장-이설이 거론된 것은 10년이 훨씬 넘는다. 제1, 제2후보지까지 내정할 때만 해도 실현 되는가 싶더니 허사였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제2 제주공항 건설이다.
하지만 이것마저 “20년 뒤다”, “30년 뒤다” 하면서 장기 계획에조차 껴 주지 않았다. 그 사이 다른 지방에서는 ‘황당 공항’도 들어서고. ‘유 아무개 공항’도 건설되고, 개항했다가 손님이 없어 폐쇄하는 공항도 생겨났다. 유독 제주 제2공항만은 여전히 부지하세월이다. ‘유 아무개’와 같은 정권 실세도 없고 선거 때 표(票) 수도 1%여서 그런지. 아니면 ‘황당 공항’이 될까 해서 그런지 모를 일이다. 물론 제주에는 정권의 실세도 없고, 표수도 형편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제주 제2공항이 ‘황당 공항’은 결코 되지 않는다. 이점은 제주도민들이 확신을 갖고 있다. 아니 정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기상조론, 지역형평성, 예산 문제 등을 내세우는 것은 속임 수다. 그렇다면, 만들었다 폐쇄하고, 항공사들이 취항을 희망하지 않고, 이용객이 형편없어 적자투성이인 다른 지방 공항들은 시기도 적절하고 예산도 남아돌아 건설했다는 말인가. 만약 그런 말을 하는 정부 당국자가 있다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17년까지 제주 제2공항을 개항하겠다니 단단히 믿어 보겠다. 이러한 말이나마 해 준 것은 이명박 당선자가 처음이며 유일하다.
그래서 필자도 이 당선자에게 분명히 말해 두고 싶은 게 있다. 제주 제2공항은 건설됐다 폐쇄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며, 공항직원보다 이용자가 적을 일도 없을 것이다. 취항을 희망하는 항공사도 많을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설립하려는 국내의 저가항공사들이 제주 취항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특히 AFP 통신의 ‘황당 뉴스’에 올라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므로 안심하고 제2공항을 꼭 성사시켜 주기 바란다.
김 경 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