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문명작물 맞아
지금 도내에서는 감귤열매솎기가 한창이다. 약 10만 톤 정도의 과잉생산이 예상되는 노지감귤의 생산을 적정생산량 55만 톤으로 줄이기 위해 자치단체와 생산자단체 등이 앞장서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생산농가의 자발적 열매솎기참여가 매우 부진하다고 한다. 작금의 열매솎기운동은 해거리현상에 의한 과잉생산량을 낮추기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하기 때문에 참여율이 낮을 때는 효과가 별로 없게 된다.
노지감귤은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서만 생산된다. 이른바 지역 독과점 생산품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 소득감소의 쓴맛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있다.
▶ 그런데 프랑스에는 포도주로만 먹고 사는 지방이 있다. 프랑스 국내 와인의 3분의 1 가량을 생산하는 최대의 포도주 생산지인 ‘보르도’가 그곳이다. 이곳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는 샤또가 약 5,000개이며, 영세한 소규모 업체까지 합하면 8,000개가 넘는다.
포도주의 생산, 유통에 종사하는 인구를 살펴보면 12,000여 명의 생산자, 400여개의 중개상, 그리고 60,000명의 농업근로자 등이 있다. 포도밭의 총면적은 약 3억 3천만 평에 이르며 연간 평균 생산량은 6억5천만 리터인데 그 중 약 30%가 해외로 수출된다.
이 지역에서는 포도주의 생산, 유통이 완전히 시스템 화되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실감나는 것은 중앙정부가 가끔 재정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보르도’ 자치단체로부터 돈을 빌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에 대해 큰소리치고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 속의 ‘보르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제주감귤도 ‘보르도’의 포도주와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아서 ‘정치작물’로 폄하되기까지 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감귤농업은 제주의 전통생산문화인 동시에 부(富)의 상징이었다. 그러함에도 제주도는 제주상징물로 참꽃나무, 녹나무, 제주큰오색딱다구리 등을 지정하면서 제주의 문명작물인 감귤을 제주상징물로 형상화하지 않았다.
이점에서 제주도가 감귤이 지닌 생산과 부의 상징을 등한시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로서 뽐내려면 세계시장에 자랑할 생산물이 있어야 한다. 현재 ‘삼다수’ 밖에 자랑꺼리가 없다. 지난 5∼6년간 지혜와 역량을 모았다면 오늘과 같이 공무원이 열매솎기 일손돕기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논설위원 김 승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