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생명의 원천

2004-09-06     강정홍 논설위원

자연은 우리의 생명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을 순전히 공리적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이다. 자연을 무미건조한 물질로 축소하고, 자연적 실존으로부터 나오는 가치들을 무시할 때, 우리들의 삶은 그만큼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의 실용적 가치를 따지다 보면 우리는 존 로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살아 있는 피조물과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불활성 물질은 고유의 가치가 없고, 단지 유용성의 가치만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욕구에 부합하지 않는 한, 자연 상태의 모든 것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의 영역을 두 개로 나눴다. 하나는 예비 부품이나 천연 자원으로 구성된 자연의 영역이다. 다른 하나는 자연 자원과 동료 인간 존재를 계속적으로 탈취함으로써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자율적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의 영역이다.

 그는 인간이 자연의 힘으로부터 침해당하는 한, 인간의 안정은 결코 보장받을 수 없다고 믿었다. 진정한 안정이란 오직 인간이 효과적으로 자연의 한계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켰을 때만이 성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이 인간이 지구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비축하고 소비하면 할수록 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말도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근대성이란 새로운 전사에게 최종 진격 명령을 내린다. "자연을 부정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일면의 타당성이 있을지 모르나, 우리는 그의 주장에 얼른 동의하지 못한다. 아무리 농업 생산성에 대한 당시의 일반적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주장은 자연으로부터 나오는 자연적 산물에 대한 경멸에 지나지 않는다.

 빵이 도토리보다, 포도주가 물보다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자연의 고유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그의 편견이다.
 전통적으로 안정은 자연에 발을 대는 체험이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자연에 매이는 것, 그리고 변화하는 계절의 순환적인 시간 속에 닻을 내리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연과 인간 등 전체의 연관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자연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주관적인 선호와, 환상과 편견, 개인적 변덕의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연은 생명의 원천이다. 자연이 바로 상호 협력적인 관계로 우리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때, 인간의 머리와 손으로 저질러지는 파괴로부터 자연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