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멀고 먼 특별도
정해년 한 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서려는 12월이 서서히 흐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로드맵에 따라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며 시작했던 2007년도의 결산 성적표는 너무도 미흡하고 초라해 보인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꼴로 특별한 게 하나 없는 특별도가 되어버렸다.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들어 놓고선 지역 간의 형평성을 이유로 항공자유화와 도 전역의 면세화를 이행하지 않아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되게 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치경찰을 운영할 예산까지 삭감하여 자치경찰운영에 난항을 초래하고 있다.
도민사회는 해군기지 유치 논쟁으로 양분된 가운데, 미증유의 재앙인 태풍 ‘나리’로 인한 피해와 근래 유례없는 감귤 값 폭락으로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위기 앞에서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골몰해야 할 도의원들은 민생보다 잿밥이나 먼저 챙기고 보겠다는 심사인지 전국평균 이상의 의원급여를 받겠다고 급여인상방침을 세워 도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인 특별자치도를 이끌어 갈 안정적인 재원확보의 난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고 있다.
도 당국의 행정도 마찬가지이다. 4개 시군을 통합하고 조직의 슬림화를 통해 긴축재정으로 효율적인 지방정부를 만들겠다고 해 놓고서는 도민 앞에 내놓은 행정조직개편안 입법예고를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당초 보고서에는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공무원 정원을 현재보다 500명을 줄이겠다고 해 놓고선 최종 조정인원은 약속과 달리 고작 30명을 줄인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의 불합리성이 여러 곳에서 노출되었다.
FTA체결 등으로 인해 향후 지역경제를 이끌어갈 중추 산업인 관광산업을 전담할 전문적인 조직재편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관광스포츠국에서 분리하여 관광산업국으로 재편하였으면 했으나, 확정된 개편안을 보면 효율성은 재고하지 않은 채 단순히 통합에 의미를 두고 교통관리단까지 포함시켜 문화관광교통국으로 두루뭉술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끌어가는 양대 축인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이 도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가운데 도민의 한숨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 어려운 난국을 맞아 제주의 사활이 걸린 관광산업만큼은 반드시 살려내어 특별자치도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싶다.
관광정책의 성패는 침체의 늪에 빠진 제주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그러니 관광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내도관광객 500만, 조수익 2조원은 괄목할만한 수치이지만 외국인을 제외한 내국인 관광객의 소비성향은 크게 줄어들어 도민경제에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관광객의 관광소비를 일으킬 수 있는 관광기념품과 지역특산물에 대한 관광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관광기념품의 60%가 도외에서 공급받아 판매되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
그만큼 제주고유의 특색을 살린 관광기념품개발에 소홀했음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본다.
도 정책의 부재로 인해 관광기념품 관련업체들이 판매부진으로 자생력을 잃고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공예품대전 우수작품까지 관광기념품으로 개발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고 들었다.
도 당국은 지역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관광관련산업의 육성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된다고 본다.
관광기념품 품질인증제를 마련하여 도외에서 반입되는 값싸고 저질인 관광기념품을 차단시켜야 한다.
우수기술 인력이 창업할 수 있도록 설비자금은 물론 행정지원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며 생산된 제품의 판로까지도 개척해주는 행정을 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 관광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전담부서공무원을 늘리고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관광기념품관련업체의 건전한 육성은 지역의 자원 활용을 높여서 일차산업의 가격안정에도 도움을 주게 되어 있다.
이 시점에 제주도가 간직한 자원을 활용하고 제주고유의 특성을 살린, 제주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거대한 ‘제주명품관’을 만들었으면 한다.
다양한 관광객의 취향을 맞출 수 있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성 상품을 개발하며, 상품의 고급화와 브랜드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내방객이 만족을 창출할 수 있는 소문난 제주명품 쇼핑센터를 만든다면 내도관광객은 누구든지 꼭 한번 들르게 될 줄 안다.
특별한 것이 존재하는 제주특별도를 만들어 제주를 알리며 도민소득을 창출해 보자는 것이다.
멀고 먼 특별도를 조기에 성공적으로 이끄는 길은 우리도민이 이 같은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는 이론이 여지가 없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현시점에서 우리 도민들은 누가 특별자치도 완성에 힘을 실어줄 후보인가를 유심히 관찰하고 지지후보선정의 잣대로 삼아야 할 때이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