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운전대를 놓으면 내가 바로 보행자

2007-12-10     제주타임스

운전대를 놓으면 내가 바로 보행자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자동차 사고가 났을 경우, 사고당시 가해차량이 종합보험 또는 공제조합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가 성립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횡단보도 상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등 10개 조항의 경우에는 가해운전자의 잘못이 크다고 보여지므로 보험가입여부나, 합의에 관계없이 처벌을 받는다.

이처럼 법으로도 명시되어 있고 그 처벌이 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운전자들이 횡단보도 근처에서 운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혹, “보행자가 이용하는 횡단보도를 차도로 착각하고 있지 않나.”라는 의구심을 떨쳐 낼 수가 없다.

필자 역시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에 맞춰 건너가면서도 빠르게 달려오는 차에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운전자 자신이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는 사실과 내 가족들도 보행자임을 간과하는 운전자가 많은 것 같다.

거동이 불편해 천천히 지나가는 노인들과 걷는 속도가 느린 어린아이들에게 조차도 인상을 쓰며 빨리 지나가라고 손짓하는 운전자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기 다반사이다.

자신들 또한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등의 법규를 어기면서도 이러한 작은 아량을 베풀 줄 모르는 운전자가 많음이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운전행태는 잘못 길들여진 운전습관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필시 교통사고로 이어져 자신은 물론이고 무고한 타인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횡단보도상에서의 운전자의 행태뿐만이 아니다.

오가는 차와 사람이 있든 없든 신호를 지키고 중앙선을 넘지 않는 운전습관이 필요한 것처럼 교통약자인 보행자의 옆을 지날 때에는 그 보행자가 정상인인지 장애인인지, 혹은 노인, 어린이에 상관없이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서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칫 자신의 안전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져 소홀할 수 있는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시 하고 항시 보행자를 두려워하는 운전습관은 필수불가결한 운전의 조건 중 하나라 할 것인데, 아직 우리나라운전자들에게서는 이러한 의식을 찾기에 부족함이 많다.

따라서 보행자 안전을 위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하는 운전문화를 법과 제도를 통해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교통규칙은 서로간의 약속이다. 지키면 서로가 편해지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정해진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엔 사고는 필연적으로 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운전자임에 동시에 보행자임을 잊지 말고 타인을 배려하는 운전습관으로 보행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거리를 거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조   동   구
제주경찰서 오라지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