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이 낳은 천재물리학자 이용후 박사와 박정희 대통령의 핵개발에 대한 집념, 미국의 방해, 목숨을 건 플루트늄과 지하핵실험 계획이 전개된다. 뒤이어 박사의 교통사고에 의한 죽음과 박 대통령의 사망, 결정적인 단서를 밝혀야 할 이들의 침묵과 은둔 등 미스터리가 종횡한다.
사건은 이를 파헤치는 한 일간지 기자의 추적으로 의외의 방향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1970년대 남한의 핵개발을 소재로 남북한을 비롯해 주변 열강들과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그린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줄거리다. 소설이 주는 상상력은 픽션을 넘어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는 힘있는 나라”라는 확신을 심어줬기에 국민들은 열광하며 읽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플루트늄은 우라늄에서 추출한 핵연료의 전(前) 단계 물질이다. 천연우라늄은 질량수 234? 235? 238 등 3종의 동위원소로 이뤄진다. 이중 우라늄 235는 악티늄족 계열의 최초의 핵종이다.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이것을 이용한 것이다. 238은 우라늄 계열의 최초의 핵종으로 우라늄I(UI)이라고도 하며 네투늄 239를 거쳐 플루트늄 239로 변한다. 이 플루트늄이 중요한 핵연료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천연우라늄 중 235와 238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중 원자폭탄제조계획에 의해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 이 실험에 착수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핵 개발은 고농축 우라늄 핵 개발이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 등은 북한이 영변발전소에서 플루트늄을 생산, 핵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찰을 하고 핵개발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 개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관련 4국과 ‘북핵해결’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진전이 잘 안되고 있다. 북핵 해결은 현재 세계평화를 위한 주요 현안 중 현안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과학자가 2000년 1,2월에 극소량의 우라늄을 분리하는 과학실험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 양은 0.2g 정도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의 양 2kg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하지만 우리 과학의 개가다. 우리 국민들은 소설 ‘무궁화 꽃이…’ 현실화 되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한편 긍지가 교차하고 있을 터이다.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얘기와도 같다. 경제-정치등 개판인 오늘의 현실에 몇 과학자의 ‘모험’은 사막을 여행하다 물을 만난 것처럼 기쁨과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