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름은 한 인간의 정체성
인간은 태어나면서 ‘이름’를 짓는다.
흔히 작명을 한다고 한다. 한 인간이 태어나면 때와 시를 구별, 그에 어울리는 이름을 부여한다. 이는 태어난 인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첫 단계다.
생애 처음 자신의 정체성을 갖게된 인간은 커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면서 ‘이름=정체성’이란 등식을 확립하게 된다.
인간은 사춘기를 통해 인생의 제2의 정체성을 찾고, 직업을 가지면서 인생의 세번째 정체성을 갖는다. 제 3의 정체성은 직업이란 굴레 속에서 차장, 부장, 본부장, 사장 등의 직함이라는 명칭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단계라 말 할 수 있다.
인간은 한 평생을 살면서 이런 이름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완성시켜 나가는 일을 한다. 즉, 이름이란 곧 자신과도 같은 분신인 것이다.
이런 이름은 호적이라는 명부에 오른다. 즉 자신과 유대관계가 있는 사람들과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맺는 과정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이름이 호적에서 지워지거나 없어지게 된다면 인간은 자신이 그동안 맺어왔던 끈끈한 유착관계가 단절됐다고 판단, 좌절과 절망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인간에 있어 이름이 갖는 의미는 그사람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도에서 실시한 조직개편을 두고 말들이 많다. 통폐합을 기저로 이런 저런 명칭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명칭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조직을 흔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과 같은 존재라고 말들을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조직 또한 인간과 같이 조직명칭, 즉 이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른다.
이름이 사라진 조직 구성원은 왠지 모를 허탈감에 빠질 것이고, 새로운 명칭에 소속된 구성원은 그 이름에 어떤 의미를 담을까 고민한다. 또한 그 조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들 것이다.
그리고 명칭을 그대로 유지한 구성원들은 자신의 조직 명칭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세가 등등할 것이다.
스포츠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이번 조직개편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과연 도는 제주를 ‘스포츠 파라다이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도의 조직개편속에서 스포츠는 지난 2003년도 문화스포츠교통국으로 출발해 2005년도에는 문화관광국에서 문화관광스포츠국으로 개명하는 일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안에서는 스포츠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문화관광교통국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
도는 그동안 스포츠를 통해 투자한 비용에 비해 몇배의 수익을 올리면서 도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고 얘기해 왔다.
작년인 경우 200억원이 조금 넘는 투자로 6700억원이라는 소득을 창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준 것이 스포츠다. 또한 관광비수기 때 대거 스포츠 행사를 포진시켜 제주관광의 불항 극복에 ‘첨병 역할’을 해 온 것도 스포츠다.
스포츠를 산업으로 인식, 도에서는 그동안 문화관광스포츠국에 스포츠산업과를 두고 3개의 담당을 둬 스포츠 메카라는 슬로건을 완성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는 스포츠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스포츠를 산업으로 인식해왔던 그간의 도의 개념이 바뀐 것인가.
오히려 교통관리단이란 부서를 문화관광스포츠국에 편입시켜 스포츠를 빼놓고 문화관광교통국이란 다소 이질적인 부서를 탄생시켰다.
개편안의 요지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인식된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개편안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도에서는 스포츠 행사를 치르고 난 다음에는 어김없이 제주관광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집어넣어 자연스레 참가 선수들이 제주의 풍광을 즐기며 자신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관광에서의 아이템 부족을 스포츠가 메꿔주는 형식을 빌릴 것이다. 문화 또한 국내외 사람들에게 제주의 미풍양속과 제주인의 삶을 알리기 위해 관광의 힘을 빌리고 있다.
그 정점에 스포츠가 있다. 이런 스포츠의 역할을 무시하고 도에서 스포츠의 명칭을 제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포츠=관광=문화라는 등식성립은 그간의 현상이다.
타 시도의 선례를 따르거나 이를 적용시킬려고 해서는 안된다. 제주는 특별자치도다. 자치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 타시도의 관례를 따를 필요는 없다.
스포츠는 감귤, 관광과 함께 제주의 3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스포츠가 진정한 산업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충실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이 도의 역할인 것이다.
이름을 잃어버린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런 조직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흥이 나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결과는 부정적이다.
도가 진정 스포츠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제주를 스포츠의 메카로 자처한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도정의 1/3이나 되는 업무를 한 곳에 집중시켜 효율적인 업무추진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2개의 국으로 분리해, 스포츠라는 이름을 살려야 한다.
스포츠를 중심으로 관광과 문화와 교통을 아우르는 개명이 필요하다.
비수기 때 스포츠 행사를 포진, 제주관광을 살리기에 스포츠가 중시돼야 하고, 관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제주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제주 섬이란 특성 때문에 스포츠 관광객을 실어나를 수 있는 원할한 항공교통이 필요한 것이다.
조직개편은 조직의 통폐합만이 능사가 아니다. 조직개편의 이유는 거시적으로 제주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이를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일의 능률 또한 조직의 우선 순위를 잘 알고 어느 명침을 먼저 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조직 구성원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스포츠를 도의 호적에서 파내 버린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고 안 석
체육/편집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