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무죄 취지 파기 환송'

대법원, 판례 변경…'위법수집 증거배제 원칙' 선언
광주고법, 사건 다시 심리해도 유죄 인정 증거 없어

2007-11-15     김광호 대기자
김태환 지사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ㆍ주심 박일환 대법관)의 파기 환송 판결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그 조짐은 이미 지난 달 29일 대법원 공개 변론에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도 증거로 인정돼 왔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 증거 배제원칙이 적용된다.

이미 본지도 “공개 변론이 판례 변경을 위한 수순일 것”이는 분석을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예상되는 판결 중에 위법압수 수색을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에 환송할 것이라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사건의 핵심인 증거(김 지사의 업무일지)를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압수물 수집 과정에서 법이 정한 절차 조항이 엄격하게 준수돼야 함을 분명히 제시했다. 대법원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압수물의 증거능력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점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앞으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비롯한 다양한 수사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며, 개정 형사소송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기 환송이 이처럼 무죄 취지여서 광주고법이 다시 심리를 한다고 해도 유죄 판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1심에서 피의자 진술조서 등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고, 압수물도 증거 능력이 없어 사건을 판단할 근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무죄 선고’ 수순만 남은 셈이다.

광주고법의 파기 환송심 선고는 이르면 2개월 후인 1월 중순, 늦어도 2월 중순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요식 절차나 다름없는 원심법원의 판결을 남겨 두고 무려 1년 6개월간 끌어 온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 사건은 사실상 종결된 셈이다.

김 지사 등 피고인들의 운도 따랐다. 만약, 개정 형소법 시행 시점이 아니었다면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김 지사는 개정 형소법 첫 수혜자로 기록되게 됐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부 법조인과 검찰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이다. “범죄 혐의가 분명한데도 증거수집 절차에 소홀했다고 무조건 무죄라면 수사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남긴 판결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법원이 스스로 예규로 정한 선거법위반 사건 1, 2, 3심 판결 6개월은 물론 선거법에 정한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이내 판결 조차 위반했다. 이 점 대법원은 깊이 자성할 일이다.

한편 이 사건의 단초가 된 김 지사 TV토론회 준비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압수수색의 정당성이 인정돼 관련자 2명에 대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 지사는 이 사건과 병합 기소되지 않았고, 다른 6명의 피고인들도 이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파기 환송심에서도 이 부분은 병합해 심리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