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절망을 딛고 희망의 길로
오늘로써 항상 왼쪽 가슴에 달고 다녔던 ‘감귤소득 향상은 열매솎기 실천으로!’란 리본을 떼어낸다. 시원한 마음보다 왠지 허전한 느낌이 앞서는 이유를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지난 8월부터 장장 3개월간 분신처럼 달았던 리본이었기 때문에 그랬을까?
당초 농가들의 여론과는 달리 올해 감귤농사가 풍작이 될 것이란 생산예상량이 발표되면서 지난 3년간 연속으로 제 값을 받아왔고 올해도 잘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감귤의 적정생산과 품질향상을 통하여 연속 4년간 제값 받기를 위해 8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의 최대 현안으로 대대적인 열매솎기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지난 9월 16일 우리 제주지역을 강타한 제11호 태풍 나리에 의해 공공시설은 물론 하우스시설과 밭작물 등이 많은 피해를 입음으로 인해 응급복구와 피해조사로 근 한 달여 정도 일손을 뺏기는 바람에 불량감귤 열매솎기에 많은 지장을 초래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추슬러 마을과 면 단위 단체, 그리고 리 단위 단체에서 헌신적으로 앞장을 서 줌으로써 큰 힘이 되었고 추진에 탄력을 얻을 수 있었다.
각 마을이장을 비롯한 개발위원들이 솔선 참여하고 농촌지도자, 농업경영인, 농업기술자 등 면단위 농업관련단체들이 매일 감귤원에 출근하여 열매솎기에 앞장서 줌으로써 면 단위단체의 참여를 유발시켰다.
또한, 각 마을단위 부녀회와 생활개선회가 감귤수상선과 기간 내내 참여하여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는 무임승차식의 감귤재배농가들에게 경종을 울리기도 하였다.
지금까지는 간벌이나 감귤열매솎기에는 남자들이 대범한 반면 여자
분들이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감귤열매솎기를 추진하면서 잘못된 인식임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전체 회원이 21명밖에 안되는 우리면 가시리 생활개선회(회장 송은자)의 경우 33회에 걸쳐 총인원 693명이 참여하여 꾸준히 감귤열매솎기 일손 돕기를 실시함으로써 타 단체의 수범이 됨은 물론 가장 고마운 단체로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
불량감귤 열매솎기 추진기간 중에 태풍 등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으나 4,500여명의 우리 면 각 단체들의 헌신적인 참여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그리고 지면을 빌어 그 동안 감귤열매솎기 일손 돕기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속의 고마움을 전해 본다.
하지만 요즘 매스컴을 통하여 비상품 감귤의 유통으로 가격하락은 물론 우리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저해한다는 사례가 소개될 때 마다 그 동안 감귤열매솎기에 전력을 다해 왔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남아있다.
지난 10월 25일 감귤유통조절추진위원회에서 요청한 감귤유통명령이 농림부장관으로부터 발령되었다.
1번과 이하는 물론 9번과 이상 비상품 감귤, 강제착색감귤, 부패 또는 병해충과는 출하해서는 안 되도록 되어 있으며, 유통명령을 어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감귤유통명령 이행 이전에 아주 사사로운 자신의 이익보다는 우리 감귤재배농가 전체와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함으로써 4년 연속 제값 받기에 솔선하는 자세가 진정으로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작은 노력들이 알찬 결실을 맺어 넉넉함이 가득한 올 겨울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고 창 욱
표선면산업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