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섭지코지 ‘개발갈등’ 언제까지…
“옛날 이곳은 선녀들이 목욕을 하던 곳이었는데 선녀를 한번 본 용왕신의 막내아들은 용왕에게 선녀와 혼인하고 싶다고 간청했다. 용왕은 100일 동안 기다리면 선녀와 혼인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100일째 되던 날 갑자기 파도가 높고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선녀는 내려오지 않았다. 용왕은 막내아들의 정성이 부족해 하늘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슬퍼한 막내는 이곳 섭지코지에서 선채로 바위가 되었다”
제주도의 인터넷 ‘관광정보’ 코너는 신양리 섭지코지 남쪽 끝 해안에 홀로 서 있는 ‘선돌’에 얽힌 설화를 이같이 소개하고 있다.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최진실이 살았던 푸른 바닷가의 집이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TV드라마‘올인’촬영 세트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섭지코지는 언제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섭지코지가 대규모 개발사업을 둘러싼‘민-관-개발업자간 갈등의 장’으로 변했다.
제주도는 지난 5월 섭지코지 끝 주차장(상가포함) 부지 6078㎡를 4억3700만원에 이곳 개발사업자인 ㈜보광제주에 매각했다.
제주도가 매각한 땅은 과거 신양리 주민들이 공유수면을 매립, 조성한 곳이다.
고성리 66의 1번지에서 66의 6번지로 지번까지 부여된 이 토지는 기획예산처가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받지 않은 채 주민들이 조성한 것으로 밝혀낸 뒤 국유지에 편입시켰다.
당초 주민들이 매립한 땅 매각
신양리 주민들은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과 20만대의 차량이 이곳을 찾으면서 적지 않은 마을재정을 마련하고 있는 터에 이곳이 개발사업자에게 매각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차장 매각환원을 요구하며 현재 7만여명의 서명을 마친데 이어 10만명 서명이 마무리 되는 이달말 이후에는 총파업까지 경고하고 있다.
제주도는 주차장 매각이‘지역주민 대표 등의 동의’를 마치는 등 적법하게 이뤄져 법적하자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섭지코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민들은 제주지역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일면 긍정적 시선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찜찜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 과정에서 토착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개발사업을‘빛좋은 개살구’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역주민과 지자체는 물론 개발사업자도 대규모 개발사업은 지역주민과 개발사업자가 모두‘윈윈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사업자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섭지코지의 지금도 그런가.
자의건 타의건 국유지 매각에 개입한 제주도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개발사업자 역시 지역주민들의 주장처럼 ‘섭지코지를 통째로 먹으러 한다’는 불신을 털어야 한다.
섭지코지 문제는 원점에서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65만㎡라는 대규모 부지에 400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투입, 개발사업을 벌이는 ㈜보광제주의 ‘통큰결단'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보광제주가 전체 사업부지의 1%에도 못미치는 6078㎡의 주차장 부지를 지역민에게‘환원’하는 것이 문제해결책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역민 보다 개발사업자에 가깝다’는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제주도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연을 간직한 섭지코지 끝 ‘선돌’은 지금 일고 있는 갈등이 조기에 수습돼‘화해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는 듯 말이 없다.
정 흥 남
편집부국장/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