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사회부터 자기혁신을

2004-08-31     김승석 논설위원

자유와 평등이 고르게 실현되는 완전한 사회건설은 꽤 오랫동안 가장 각광받던 정치원리였다. 공산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남미의 해방신학이론이든, 미국의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이 말했던 ‘위대한 사회’건설이든 가리지 않고 정부의 역할은 완전한 사회의 완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예컨대 정부보조금을 어디에 얼마나 지출할 것인지가 그들의 보편적 정책과제로 여겨지던 때였다. 그런데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사회에 의한 구제사상에 대한 믿음의 붕괴와 더불어 정부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국의 경우에는 국가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영국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권력을 제한하는 것과 공영 주택의 임차인을 주택 소유자로 전환시키는데, 중국의 경우에는 당과 정부의 부정부패를 억제하는데 각각 정부의 역할이 있다고 보았다.

 혁신 대상으로서의 지방정부 

 노무현의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16개 광역 자치단체로 하여금 지역혁신역량을 강화하여 자립형 지방화의 복전(福田)을 가꿀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그물을 지원해 줄 것이니 지방마다 제각기 역량과 기술을 발휘하여 고기를 많이 잡아 넉넉하게 잘살아보라는 것이다.

 지난 8월 26일 盧대통령의 참석 하에 개최된 제주도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토론회의 주요 의제도 제주국제자유도시건설의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자원과 마인드를 어떻게 갖추고 단계적으로 실천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문제는 그 혁신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제주도나 4개 시군은 지원세력일 뿐이고 혁신주체는 산학(産學)과 시민사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주혁신을 주도할 중심축에 제주도정이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역총생산에 차지하는 제주도의 비중이 25%∼30%에 육박하고 있는데다가 매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활동의 규모와 범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논리를 앞세우며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해달라는 사람이나 집단이 늘어나거나, 또는 시장실패를 보완해야 한다는 사회정의 논리 때문이다.

 그러다보니까 ‘작은 정부’의 원리도 실종돼버렸다. 민선자치시대에 들어와서 정치논리는 더욱 노골화되었다. 감사원이 예산낭비의 사례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99년 폐기물소각장 설치와 관련하여 환경적으로 나쁜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주민들에게 71여억 원을 지원한 사례, 그리고 법적 근거 없이 관광협회에 72억 원의 예산을, 관광지 진입도로 건설에 77억 원의 예산을 각 지원한 것은 그 좋지 않는 본보기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

 이와 달리 지난 8월 11일 제주도정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추진과 관련하여 ‘작고 효율적인 정부’구상을 내놓자 지금 제주사회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현행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2계층 체제를 광역자치단체의 단층제로 변경해야한다는 혁신안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혁신안은 단층제로 계층구조를 변경할 때, 제주도 전체 공무원 수가 4147명에서 3332명으로 현재보다 19.7%(815명) 감축돼 인건비와 경상비 819억 원을 절감할 수 있는 등 향후 10년간 9990억 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제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국정목표인 지방분권과는 평행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문제를 낳고 있다.

 아무튼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아야겠지만, 혁신안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종전대로 또는 약간 수정된 형태의 2계층 체제를 선택하든지 간에 공무원과 공기업의 수는 점진적으로 줄어 나가야 한다.

 요컨대 관료사회도 비용 대비 효과의 관점에서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행정의 집행기능을 정책입안기능과 분리, 독립하여 각종 사업소로 넘겨야 한다. 해당 사업소는 기업가정신을 도입해 인사와 예산 등 독자적 재량권을 갖되 생산성, 효율성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게 함으로써 결국 경영책임을 통해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전제 하에서 자치단체의 세출(비용)은 정책목표와 연계한 ‘지원회계’방식을 도입하게 될 것이고, 이는 큰 틀에서 볼 때 ‘성과 없는 사업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盧대통령의 말씀과도 서로 통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필자의 생각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 관료들은 여전히 관료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있고, 월급이 아니라 사업을 통해 소득을 벌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공무원을 줄이는 일부터 지역혁신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논설위원 김  승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