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경박ㆍ치졸ㆍ후안무치ㆍ거짓말
최근, 정치계를 풍미하고 있는 단어 중 ‘거짓말’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정치의 계절, 정직한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니 가치전도도 이쯤 되면 할 말을 잃고 만다. 경박하고 치졸하며 후안무치한 양태를 보이는 대선 예비후보들도 문제이지만, 방귀를 뀌는 군주 밑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를 외쳐대는 졸개들의 군불 때기가 참으로 처량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난 9월 하순에 ‘한반도 큰 물길 자전거 탐방’을 하면서 연일 대운하 이벤트를 벌였던 이재오씨의 행위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한반도 대운하는 만들어져야 합니다. 제 결론입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국민소득 3, 4만불 시대를 열어갈 신성장 인프라라 평가한다. 과연 그런가? 대운하 공약 유지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충성 맹세도 이쯤 되면 예술이다.
오죽했으면 자전거 여행중에 물길 바로 곁에까지 가보지도 않았고 물에 손을 담가보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겠는지 고소를 금할 수 없다. 이처럼 허장성세 시늉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정치인이 벌이는 정치쇼의 진면목일까. 이같은 이가 정치를 하는 한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은 커녕, 온 국민이 바라는 정치의 혁신, 환골탈태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
자전거 여행길에 생방송에 연결해 인터뷰 할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대운하 공약의 탁월성을 운운하며 운하 공약 자체를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그러나 그가 하늘처럼 떠받드는 주군은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하여 공약 내용을 좀더 손질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았으니 아뿔싸.
소속 정당 내부에서조차 대운하 공약을 폐기하자는 주장이 있음을 모르지 않을텐데, 4박 5일간 자전거 여행을 벌인 이유가 무엇일까. 국민의 시선을 붙잡아보려 했던 것이라면 이 같은 착각도 없을 듯 하다. 캠프에서 후보를 만들어냈으니 당연히 당권은 캠프가 독차지해야 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착각과 오류들. 정치의 시계바늘을 3공시대로 돌려놓고 있음이 아닌가. 정치판, 각 정당마다 이런 자들은 한 둘이 아니다.
대권 주자들의 주변으로는 부나방처럼, 아귀처럼 잡동사니들이 찾아든다. 정치 지망생에서부터 대권 승리 전리품을 노리는 자들, 한 자리 꿰차려는 자들, 선거판 떡고물을 한 줌씩 움켜쥐려는 사람 등등, 문전성시를 이룬다. 예나 이제나 변함이 없다. 아무리 자정을 외치고 개혁의 칼날을 휘둘렀다 한들 광풍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더욱 어지럽다.
당내 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서 명의 도용이 난무한다.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 열우당, 민주당 당원들이 선거인단에 끼어 역선택 의혹이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다. 통합신당 제주지역 경선에서는 과거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당원들이 대거 선거인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조직과 동원이 선거의 본질이라 말하는 대권 후보도 있다. 자기들도 조직과 동원에 있어서 뒤지지 않으면서 구태 정치인은 사퇴하라고 목청을 돋구는 이들도 있다. 이 모두가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이다.
국민들은 정체되어 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민주평화통일의 대업을 가장 합리적으로 풀고 이끌어 나가면서 도덕적으로도 흠결이 없는 창의적인 신사고의 소유자가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후보 각자의 능력도 능력이거니와 국감이나 특검을 통하여 그동안에 불거져 나온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안 창 흡
언론개혁제주포럼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