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만 만나면 OK?"
집단ㆍ개인민원인들, 「조직」통하지 않고 '윗분만'
道 시스템 문제…참모들의 '윗선' 눈치보기도 한몫
2007-10-07 임창준
집단민원인이나 개인 민원인들이 도의 업무 관련 하부조직과는 거리를 둔 채 도지사만 만나겠다고 아우성이다. 도지사를 만나 관련 업무를 설명해야 민원이 제대로 속시원하게 해결되고 자기(집단)의 위신도 선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민선시대 들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요즘 김태환 도지사 시절에 더욱 돋보이게 나타나고 있다.
올 하반기인 경우만 하더라도 삼영교통 노조가 회사 사용주측과 임금인상 등 종사원복지 의 문제로 파업투쟁을 벌이면서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도지사 면담을 수일간 요청한 끝에 결국 김 지사는 이들을 면담했다.
물론 시내버스 업체가 파업을 하게되면 시민들의 교통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발생해 이것이 도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엔 어렵다. 하지만 임금인상, 운행회수 감소 등 상당부분이 회사측과의 내부적인 문제여서 도지사가 개입하며 특정 업체의 파업문제를 해결하기는 곤란한 부분이다.
지난 토요일인 6일에는 성산포항에 정박중인 어선 13척이 전소돼 피해를 입은 선주들이 피해보상대책을 요구하며 김지사 면담을 요구했고 결국 김지사는 이들과 면담했다.
이날 선주들은 불타버린 어선들이 태풍 ‘나리’로 인한 피해인 만큼 도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도록 요구했다. 김 지사는 현행 재난관련법상 태풍 재해로 인한 피해보상은 곤란하며 내년도 어선 감척사업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에 적극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정도의 발언은 도 관련부서인 도 해양수산본부장선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내용인데도 궂이 도지사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김 지사는 항시 일정이 빠듯한 관계로 주말 휴일인데도 이들을 도청에서 만난 것이다.
태풍 ‘나리’ 때 유리창이 깨져 집안이 침수됐는데도 행정당국이 이를 피해로 인정해주지않는다며 김지사 면담을 요청한 사례 등 태풍관련 민원으로 도지사를 면담하려는 요청은 수없이 많다.
수재의연금 전달자들도 꼭 도지사를 만나 사진찍겠다는 바람에 요즘엔 더욱 바쁘다.
게다가 사회단체나 개인이 벌이는 각종 행사 때 사회단체장 등이 도지사 참석을 요청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부지사나 관련부서 국장이 가면 될 일을 구태어 도지사가 참석해야 행사가 빛나게 되고 단체장 폼도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지사 비서실 주변은 항상 지사면담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공무원들은 일상적인 결재받기가 힘들 정도다.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제주도내 행정학고 모 교수는 “도의 조직이 한편으로는 비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지사의 결재권한이 2% 이하로 내려가 하위 공무원에게 대폭 이양됐는데도 도지사를 면담해 민원을 해결하려는 것은 권위주의적 행정이 오랫동안 유지돼 온 탓”이라며 “한편으론 도지사 자신도 이같은 행태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잡하고 힘든 민원이 생겼을 경우 일부 국장이나 과장 등 참모들이 자기 책임하에서 이를 전적으로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도지사 눈치를 보며 민원인들에게 도리어 도지사 면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보신주의’ 행정행태마저 조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