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여 양보하라!
작금의 경제상황이 대단히 심각한 위기인 것만은 이제 공통된 인식인 것 같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진단하고 처방하는 과정에서 가진 자들을 너무 공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을 먼저하게 한다.
그렇다고 가진 자들의 편에서 그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득권을 죄악시 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그들의 기득권을 회수하는 것도 찬성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요인이 되고 있는 격차와 불균형을 시정하고 현재의 위기상황을 가장 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진 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믿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이 가진 자들이 할 수 있는 양보를 요구하고 싶은 것 뿐이다.
대체적으로 지금까지는 소득격차나 불균형을 이야기하면 항상 가지지 못한 자의 희생을 거론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가진자측에서 어느 정도 희생이 요구되는 일종의 희생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남미제국들이 마의 능선을 맞아 자본가그룹이 민중들의 욕구분출을 외면하게되자 사회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혼란해지자, 급진 좌경세력이 등장하여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때 가진 자들은 혼란기의 도피행각으로 기득권을 보존하는데 만 정신이 팔린 결과 경제가 침체하고 정치가 불안해지면서 결국 선진국 진입에서 좌절했었다.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재의 심각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가진 자들이 솔선수범하여 비용분담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보든 가진 자들이 총명한 판단과 행동을 보여야 할 중요한 시기가 지금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불황으로 인하여 지칠대로 지친 서민들의 욕구분출은 이미 시작되었고, 어떤 형태로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서는 체제불안을 막기 어렵다고 봐야한다.
그런데도 가진 자들은 아직까지 비용분담을 아까워하고 기득권의 방어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기심의 끝없는 발동만 있고 행동하는 양보심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때 우리는 이익에만 매달리는 일본사람들을 경제동물이라고 깎아내린적이 있었다. 잘못하면 세태의 변화를 읽지못하는 가진 자들에게 이런 망측스러운 호칭이 붙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가진 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단지 부(富)를 축적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받는 사회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부(富)의 축척과정이 정당한 방법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인의 성취를 단지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규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OECD가입국가로서 국민소득 1만 달러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자기가 향유하는 경제생활주준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계층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그들은 내몫이 돌아오는 통로가 차단되었거나 누군가가 가로챘다고 생각하기 쉬운 일이다.
실제적으로 노사분규 현장의 목소리가 단순히 처우개선 이상의 과격한 투쟁으로 쉽게 번지는 것도 이같은 주변인식이 가세했다고 봐야한다.
어느 모로 보나 가진 자의 결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임이 명확해진다.
제주관광대학 교수 이 광 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