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김정일 위원장이 꼭 답방을

2007-10-03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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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북 정상의 만남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매우 의미가 깊다. 노무현 대통령이 분단 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었다거나, 어제 두 차례 남북 정상 회담에서 중요현안들이 논의됐고 합의 됐다고 해서가 아니다. 분단 62년 동안 서로 적대시하며 지내왔을 뿐,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때를 제외하면 같은 민족끼리면서도 정상 간에 직접 얼굴을 맞대 본 적이 없다. 퍼주기 대북정책이라는 등 갖가지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그 이전에 비해 크게 호전된 것도 부인할 수 없을 줄 안다. 이는 곧 아무리 원수지간(怨讐之間)이라 하더라도 할 수만 있다면 자주 만나야 한다는 이치를 일깨운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 고려에 의한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임기를 눈 앞에 둔 노무현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통령 이래 7년여 만에 북으로 가서 김정일을 만난 것은 잘한 일이다. 노대통령의 방북을 두고 국내 언론들 보다 도리어 일본-중국 등 외국 언론들이, 또한 국내 정치인들 보다 외국 정치인들이 차원 높은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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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이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만큼 ‘감동적’이지는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7년여 전만해도 한반도는 정부 간 남북 정상이 만나기로 합의만 해도 국민들이 술렁거릴 정도였다. 하물며 분단 사상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포옹하고 악수하는 장면이야말로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대중 대통령 방북 이후 우리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면역력이 크게 향상 된데다 정상끼리의 맞대면도 두 번째이다. 때문에 이제는 남북 정상끼리 만남도 처음과 같을 리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이 김대중 대통령 방북보다 의미가 덜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이 분단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도 그 나름대로 역사적 의미가 큰 것이다. 따라서 남북 정상은 여러 번 만나면 만날수록 경제협력의 길이 열릴 수 있으며, 자주 접하면 접할수록 평화의 길이 트일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열 번, 스무 번, 아니 계속적으로 정상끼리 만나다보면 통일의 방법이, 길이 열리고, 그래서 시기가 찾아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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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번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쪽으로 꼭 답방을 와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사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벌써 이루어졌어야 했다. 서울 답방은 김정일 위원장이 적어도 분단 후 첫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에게 한 굳은 약속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늦어도 3~4년 전쯤에는 약속을 지켜 답방을 했어야 옳다. 하지만 이러한 정상끼리의 굳은 약속마저 식언(食言)해버렸으니 그것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취할 행동이 아니다. 만약 그 사이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했더라면 남한 대통령의 두 번째 방북은 좀 더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답방이 없으니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도 다시 남한 정상이 방북하는 일이 벌어진게 아닌가. 어쨋거나 7년 사이에 남한의 두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설사 7년 전 약속 , 아니 새로운 답방 약속이 아니더라도 이번에는 꼭 남쪽으로 답방을 와야 최소한의 외교적 체면치레가 된다. 명년 이른 봄, 남한에서는 신-구 대통령의 이-취임식도 있으므로 가을쯤 신임대통령 취임 축하 겸 답방을 온다면 제격일 수 있을 법하다. 남북 정상은 수 없이 만나야 한다. 통일의 첩경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