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골로 스며드는 오염원…냄새ㆍ파리떼 등 민원 多發

농가 대규모화…폐수 다량 발생

2004-08-30     고창일 기자

청정제주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명제에 이의를 제기할 도민은 아무도 없다.
특히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제주 지하수는 제주 청정환경의 백미(白眉)격이다.

골프장의 맹독성 농약과 함께 중산간 지하수의 주요 오염원으로 밝혀진 축산폐수 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다.
도내 중산간 곳곳에 산재한 숨골과 지하수 관정은 오염의 입구격이다.

당국의 관심이 부족한 사이 일부 축산농가의 폐수가 이곳으로 흘러들어 지하수 전체를 오염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농가의 소득원인 축산업, 여기서 발생하는 축산폐수,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행정당국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축산규모의 대형화
몇 년 째 감귤가격하락을 겪는 제주 농민들은 밭작물에 대한 믿음이 그리 깊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 특히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돌파구는 청정 제주 이미지가 이미 형성돼 있는 축산, 그 중에서도 양돈이다.
제주도가 집계한 축산폐수 1일 발생현황을 보면 지난해말 기준 4681㎥로 2002년 4309㎥보다 372㎥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이를 세분화하면 현재 도내 축산농가의 폐수 발생량은 돼지 사육 1000㎡ 이상을 포함 소.말 900㎡ 이상 농가를 허가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규모 축산 농가에서 하루에 배출하는 폐수는 돼지 3420㎥로 2002년 2939㎥ 대비 16.3% 증가했을 뿐 아니라 소.말 263㎥, 젖소 164㎥ 등으로 비슷한 추세를 보여 도내 축산농가의 규모가 대형화하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축산폐수로 인한 문제점
축산업은 최근 양돈업을 중심으로 도내 농가의 주 소득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나 폐수와 냄새라는 달갑지 않은 부산물을 쏟아 낸다.

특히 제주도 서부지역인 한림읍, 한경면, 대정읍 지역에 집중적으로 조성돼 있는 축산단지 중 약 30% 정도가 표고 300m 이상에 위치, 주 오염원 노릇을 하는 실정이다.
여기서 배출된 축산 폐수는 지하수에 있어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숨골이나 지하수 관정 등을 통해 급격히 퍼지게 된다.

또한 환경부의 '국가환경종합계획'은 오는 2006년부터 축산폐수의 공해상 투기가 금지하고 있다.
결국 축산으로 인한 수익과 함께 축산 폐수도 제주도가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는 형편으로 행정당국과 축산농가의 협조체제 구축 등 '열린 가슴'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냄새에 따른 민원 발생도 만만치 않다.
주요 민원 다발지역을 보면 애월읍 고성. 유수암 지역, 구좌읍 세화지역, 대정읍 동일.구억 지역 등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여름철이면 냄새로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파리떼 등 벌레들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도의 축산폐수 정책이 물량 처리와 함께 숨골, 지하수 관정의 정확한 파악을 통한 오염원 차단, 냄새를 줄이는 친환경 시설 마련으로 모아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행정 당국의 대책
제주도의 축산폐수 정책의 골격은 공공처리시설의 확대와 자원화로 집약된다.
2001년부터 2006년 6년동안 국비 184억3900만원, 지방비 46억1000만원 등 230억4900만원을 들여 북군 지역과 남군지역에 각각 1개소씩 폐수공공시설을 만들고 있다.

오는 10월말 정상 가동을 앞둔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시설은 1일 100㎥를 처리하게 되고 대정읍 동일리에 들어 설 예정인 처리시설은 하루 200㎥의 축산폐수를 맡게 된다.

북군 시설은 원폐수를 유입 혐기성 소화조 공법으로 3차례에 걸쳐 처리 후 축산폐수를 농업용수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갖췄다.
또한 동일리 폐수처리시설은 연속회분식처리 공법을 통한 4단계 처리 후 서부하수종말처리장을 보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대정지역 주민들은 '서림수원지 보존 대책위'를 구성, 동일2리 인근 양돈장 장기이설 계획 수립 등 5개항을 요구하면서 사업진도가 부진한 형편이다.
이와 함께 2006년이후 공해상 배출처리 금지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난 한해동안 제주도가 공해상에 버린 축산폐수는 16만5393㎥로 하루 453㎥를 웃돌고 있다.

이는 도내 1일 발생 축산폐수의 10%에 달하는 물량으로 도는 금지 년도 전에 1일 500~1000t 연간 16~30만t을 폐기물 배출전문 처리업체에 위탁, 부산 동방 90km지점 공해상에 버리기로 했다.

양돈농가의 잉여 축분뇨가 대상으로 도는 해상 처리비용 t당 1만1300원 중 지방비로 2000원을 지원하는 등 올 한해동안 16~30만t을 처리, 축산폐수 처리에 따른 짐을 줄이기로 했다.

도는 축산분뇨의 자원화로 폐수처리 부담을 덜어낸다는 방침아래 퇴비화, 액비화도 서두르고 있다.
올해 발생한 150만5000t의 축산 분뇨중 45만2000t을 축분비료로 32만5000t을 액비로 만들어 도내 농가에 공급키로 했다.

오는 2010년에는 이 비율을 더욱 높여 축분비료에 90만4000t의 축산폐수를 사용키로 하는 등 자원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도는 올해 양배추를 시작으로 유기질 비료만 주는 친환경 재배시험에 착수했다.

비료대 경감과 순환형 농업 체질 강화로 경쟁력 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아래 연간 280억원의 화학비료대와 100억에 달하는 축산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청정 먹거리 제공 및 지하수 환경보전을 동시에 도모한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 의견.
도내 환경단체와 지하수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축산폐수 처리정책에 대해 부족하다고 판정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실례로 한 농가에서 불법 배출된 축산폐수에서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가 기준치를 최고 288배나 초과한 1만4400mg/ℓ(1만4400ppm)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또한 축산시설밀집지역인 한림읍 중산간 지역은 광역수자원관리본부에서 2002년 41군데의 지하수관정을 조사한 결과 질산성질소가 음용수 수질기준을 초과한 관정이 8군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1999년 환경부의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처리에 관한 법률'은 저장액비화 처리에 의한 축산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할 경우 일정 면적 이상의 농경지를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신고된 해당 농경지가 살포 가능 지역인가 하는 점, 실제 면적을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점 등에 대한 행정의 무관심으로 제2의 오염을 조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축산폐수처리에 대한 행정의 접근은 단지 발생 물량 대비 처리 실적 위주로 흐르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신규 조성되는 축산폐수처리 시설 및 공공처리시설은 무악취 등의 여건을 갖춘 친환경시설이어야 한다"며 "무허가 축산농가의 체계적 관리와 오염부하량에 따른 오염물질 총량관리 체제 도입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업기반공사의 지하수 전문가는 "현재 지하수관정 개발은 오염방지를 위한 시설을 일정 깊이 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990년대에는 이러한 시설기준이 없었던 탓에 축산폐수에 의한 오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우선 대단위 축산단지를 대상으로 축산단지안이나 그 주변에 위치한 지하수 관정의 정밀한 실태조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아쉬워 했다.

이 전문가는 "이를 토대로 지하수오염정도를 조사하고 오염물질의 통로 역할을 하는 관정에 대한 정비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