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大選 走者들, 해저터널 公約이 없다

2007-09-12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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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이 지난 9일 제주시민회관에서 17대 대통령 선거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합동연설회를 열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제주~완도간 해저터널을 공약하는 ‘대선 주자(大選 走者)는 한 명도 없었다. 참으로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지를 호소한 손학규-정동영-이해찬-유시민-한명숙씨 등 5명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제주를 아름다운 곳,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곳이라며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들 나름대로 중앙 권한 이양과 기업 유치를 약속하는가 하면, 오렌지 수입 관세 감귤기금 조성-농수산물 유통공사 설립 등을 공약하기도 했다.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 고도 했고, 심지어 3차 남북정상 회담을 제주에서 열겠다고 까지 했다. 약속 이행 여부에 관계 없이 말만으로도 천냥 빚을 갚을 달콤한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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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그 필요성에서 제2공항에 결코 버금가지 않고, 3차 남북정상회담 제주 개최보다 몇 배나 더 절실한 해저터널 건설은 외면해 버렸으니 참모들의 역량 부족 탓인지, 예비 후보 본인들이 물정에 어두운 때문인지 그저 아쉽기만 하다.
그렇다고 대통합민주신당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도 제주에서 비슷한 행사들을 치렀지만 제주~완도간 해저터널을 뚫겠다고 야심 찬 공약을 한 대선주자는 아직 없다.
특히 경~부(京~釜)-호남간 한반도 대운하를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한나라당 이명박씨의 경우는 해저터널이 대운하와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앞 다퉈 공약할 법하지만 오늘까지 입을 닫고 있다.
앞으로 조순형씨 등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 주자들의 제주 행사가 남아 있어 해저터널에 대한 그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주목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대통령을 해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제주~완도 해저터널을 제주나 호남에만 관계되는 사업으로 본다면 그가 누구든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 눈을 갖고서는 국사(國事)의 다른 분야에까지 편협함과 사시(斜視) 현상을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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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완도 터널 건설은 대한민국의 본토를 태평양으로 여러 걸음 진출시키는 역사적인 일이요, 또한 한반도의 말토(末土) 제주도를 만주와 러시아, 유럽에 연결시키는 경사(慶事)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제주를 포함한 전 국토 구석구석까지 사람-물류를 대규모적, 집단적으로 신속히 이동-순환시킬 수 있는 ‘한국의 산업혁명’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어찌 호남과 제주만의 일이며, 대통령, 아니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모른척 할 일이란 말인가.
혹시 무관심의 이유를 공사비 조달 난과 기술 난 등으로 돌리려 한다면 그 역시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우주인이 탄생하려고 하는 괜찮은 나라다. 경제적으로도 천문학적인 고액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고, 공직자들이 요령 껏 축내는 누수 되는 국고만도 상상을 뛰어 넘는 엄청난 액수다. 재벌기업들의 로비용 비자금이 100억-1000억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경제력으로도 더욱 괜찮은 나라다.
예산난-기술력-경제성 등을 운운하지만 선진국의 기술력을 도입할 수도 있고, 외국 민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우리는 제주~완도간 해저터널 건설이라는 이 국가적, 역사적 대 사업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이 공약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내년 봄으로 임박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그 이후의 지방선거에서도 호남-제주권의 모든 후보자들이 해저터널을 진실로 공약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성공을 거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