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로도 과학이라야 한다

2007-09-09     제주타임스
왜 해마다 집중호우에 무력한가. 큰 비만 내렸다 하면 가옥과 농경지와 도로가 물에 잠긴다.

원인은 폭우 자체보다도 난개발 때문이다. 주먹구구식 도로 개발과 배수로 공사가 화를 자초하고 있다. 도로와 농로가 잘못 포장되지 않았다면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피해지역 주민들의 성난 외침이 귀에 쟁쟁하다.

그렇다고 도로를 확장.포장하지도 말고, 농로를 개설.포장해선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마구잡이식 개발이 문제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는 항변은 변명에 불과하다. 정도의 차이일 뿐, 자연재해는 어느 시대나 있었다. 다만, 대응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예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방과 함께 국민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는 두 축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치수(治水) 정책은 선조들의 지혜만도 못한 졸작이다.

물은 순리를 거스르는 법이 없다. 줄기를 따라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른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해 개발된 도로와 농로가 과연 얼마나 될까.

과학 공법을 무시하고 등한시한 도로정책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토목공학과 토목지질학에 따라 도로 공사를 했다면, 상습적인 주택.농경지 침수는 물론 도로 유실 사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공사에 앞서 주거지역의 고저(高低)와 농경지 침수 우려 등 지질 기반을 확실히 연구.분석한 뒤 토목공사를 해야 한다. 여기에 사후 관리 등 엄격한 책임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역류현상과 막힘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물줄기를 확실히 터 놓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특히 주거지역의 도로 포장은 노면을 깎아내서라도 도로 지면을 최대한 낮춰 시공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만 전제된다면 이 정도의 집중호우 쯤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줄기를 차단하거나, 주거지와 농경지대보다 도로 지면을 높인 지금의 난개발이 지속될 경우 침수 피해는 도내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말 것이다. 도로도 과학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