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새농촌 새농협으로 가기 위한 조건
중앙농협과 지역농협의 역할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은 각각의 독립된 법인체다. 그러면서도 농촌을 위해 구성된 단체라는 점에서 그 역할은 하나다. 농민이 잘사는 농촌만들기다. 이를 기운차게 만드는 것이 바로 새농촌 새농협운동이다.
새농촌 새농협은 무엇인가. 구태의연한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 農ㆍ都교류 활성화를 통해 농민의 삶을 살찌우는 것이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역할이 다를 바 없다.
농협제주본부와 지역농협의 상호 존중을 통한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로 새농촌 새농협운동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이게 삐걱거리면 그 피해는 농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하는 감자,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단호박, 마늘 등 밭작물과 감귤류를 어떻게 하면 고품질로 만들고 이를 좋은 값에 팔 수 있는 계통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제주본부와 지역농협의 머리 맞대기는 필요조건이다.
지난달 농협제주본부에서 노지감귤매취사업에 따른 회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농협제주본부 경제부본부장과 유통팀을 비롯 중앙농협 도매사업부 관계자와 지역농협 경제상무가 참석했다.
회의의 주안점은 올 노지감귤 매취사업에 대한 설명과 제주연합사업의 역할, 지역농협의 적극적인 협조 등에 맞춰졌다. 이 자리에서 하우스감귤 매취사업으로 제주연합에서 농협유통센터에 납품된 하우스감귤 문제점이 도출됐다. 하우스감귤 일부 품질이 떨어지거나 개수가 통일되지 않는 등 개선해야 할 사항이 논의됐다.
여기서 1차 납품책임자인 지역농협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제주연합의 지도관리역할 부재에 대한 자성론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 일에 대한 잘못된 점을 들춰내 다시는 유사한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자리였다.
농협제주본부의 상생변화 시도
고품질 작물 생산의 1차적 책임은 농가에 있다. 지역농협은 해당 농가를 대상으로 고품질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역할이다. 농협지역본부는 지역농협의 갖고 있는 판로개척의 한계를 지원,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농협유통센터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납품 출하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이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서 상생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요즘 농협제주본부의 행보를 보면 이 세 개의 톱니바퀴가 늘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농협과의 상호존중, 그리고 이를 통한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한 것이어서 그렇다.
농협제주본부는 최근 하귀농협과 첫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하귀농협 경영상의 지표문제를 비롯 문제점을 종합 발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자리를 유도했다. 그러나 결국 이는 지역본부만의 생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당초 계획에서 선회, 하귀농협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한 후 향후 상생을 위한 더 좋은 자리를 갖는 것으로 결말을 지었다.
농협제주본부는 오는 12일 제주시농협과 2차 간담회를 갖는다. 지역농협과의 간담회는 제주본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되 지역농협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수렴하는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물론 과정상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새농촌 새농협을 위한 상생의 길을 모색해 나가는데는 이의가 없다는게 농협관계자의 말이다.
실패연구소 설립하라
고대 그리스가 트로이와 싸워 이겼을 때 트로이 남성을 갓난아기 하나 없이 학살했다. 그것도 모자라 유일하게 숨겨진 채 트로이의 구세주로 촉망받던 한 소년마저 적발, 그 어머니로 하여금 천 길 벼랑에서 밀어뜨려 죽게 함으로써 여자만의 슬픈 트로이로 변모시켜버린 역사는 인간이 인간에게 가한 최초의 ‘실패’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실패는 희랍의 동시대 작가 유리피데스로 하여금 ‘트로이의 여인’이라는 비극을 남기게 했다. 자신들의 실패를 고발, 참회토록 해 다신 그런 일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정신적 공유재산으로 후세에 물렸던 것이다.
미군이 전투에 패하더라도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하면 지휘관이 표창받는다. 그러나 승전했더라도 전술적 실패로 필요이상의 손실을 내면 해임시키는 것도 이 같은 전통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실패로부터 발전적 교훈을 얻어내는데는 서툴다. 실패 추궁은 감정적 도덕적 책임추궁이 되고 책임자의 탄핵으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이 유사한 실패로 번질 수 없도록 하는 사회전체의 교훈이나 공유재산으로 남아 있지 않다.
비유가 어떨지 모르지만 농협제주본부에 ‘실패연구소’를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새농촌 내농협을 만들어 가는데 실패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실패를 좋은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유사한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이를 농민, 농협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실패가 농가이던 농협 자체이던.
김 용 덕(부국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