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어타운, 國立으로 출발해야"
국가경쟁력 위한 국책사업 왜 지방에 떠넘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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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홀대’가 도민들을 속상하게 하고 있다. 제주도를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의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면서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배려가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ㆍ외교 등을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주겠다고 되 뇌이면서 정부의 간섭은 심해지고 법적ㆍ제도적ㆍ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면서 되레 다른 지역과 역차별을 하고있어서다. 정부가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조기유학 등으로 인한 국부유출을 막고 영어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약속했던 제주영어 전용타운 건설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제주영어전용타운 건설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채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던 사업이다. 타운 안의 초겵?고는 국립으로 설립하고 정부가 확실히 뒷받침하여 경쟁력 있는 국가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정읍 보성리 일대 425만8000㎡부지에 영어타운을 조성하여 육성하겠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발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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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정부는 영어전용타운에 설립하는 초등학교 7개교, 중학교 4개교, 고등학교 1개교중 70%는 사립학교로 설립하고 나머지는 국립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립으로 설립한다고 방향을 틀어버렸다. 이렇게 될 경우 12개 초겵?고중 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1개교만이 공립성을 띄고 나머지 9개학교는 모두 사립학교로 설립될 공산이 크다. 제주영어전용타운이 특정 사립학교에 특혜를 주기위해 조성되는 사업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간 선의의 경쟁을 통한 영어학습의 효과를 높이려거나, 가난한 학부모들의 영어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조성되는 영어타운이라면 국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설립 비율은 2대8이나 아무리 느슨하더라도 3대7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또 제주영어전용타운 내 학교들이 제대로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40%도 되지않는 재정자립도를 갖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아무리 행겴瑩ㅐ?지원을 해주겠다고 달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정부태도를 보아온 도민들로서는 정부에 불신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지방교부세 배정에서도 정부가 유독 제주도에만 턱없이 낮은 교부금을 배정해 준것만 봐도 정부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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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말대로 제주영어전용 타운 건설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는 사업이다. 설립지역이 어디라도 정부가 책임있게 추진하고 성공시켜야 할 국책사업이나 다름없다. 그러기에 계획만 요란하게 세워놓고 재정적 여력이 열악한 지방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 기어코 정부가 제주영어전용 타운의 설립과 운영을 제주에 떠넘기려 한다고 해도 최소 10년에서 20년 정도는 국가가 육성한 다음 자생력을 키워 넘겨줘야 마땅한 일이다. 지금 국제자유도시니 특별자치도니 하면서 정부가 생색을 내고 있지만 제주도가 특별한 국제자유도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의 지원이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던가.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키워놓은 다음에 책임 있게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면 영어전용타운내 초겵?고 학교는 일단 국립으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