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음사 사태, 理性을 찾자

부처님 가르침 지켜 대화로 풀어야

2007-08-26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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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 사태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주지 스님 선출을 둘러싸고 스님들끼리, 스님과 신도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충돌이 가관이다.

도대체 부처님의 설법을 전하는 신성한 도량에서 물리적 충돌이라니, 부처님의 가르침은 안중에도 없는 것같다.

관음사 사태는 지난 4월 20일 산중총회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관음사는 자체적으로 구성한 선거인단에서 주지 후보자로 진명 스님을 선출했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은 그 동안 관음사가 종헌과 종법을 위배하는 등 파행적으로 종무행정을 처리해 왔다며 산중총회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시몽 스님을 관음사 주지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이때부터 진명 스님과 시몽 스님을 지지하는 스님과 신도들이 양쪽으로 갈려 갈등이 증폭돼 왔다.

물론 주지 직무대행을 임명한 총무원의 결정이나, 산중총회를 열어 진명 스님을 주지로 선출한 신도들로서는 각자 나름대로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자비와 화합을 중시하는 불교적이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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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탐욕과 다툼을 멀리하고, 화합하고 상부상조하라고 했다. 특히 7가지 지켜야 할 사항에는 잘 참아 다투거나 소송을 하지 말라는 당부가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무엇보다 대화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총무원과 관음사 스님 및 신도들이 처음부터 모든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풀려고 했다면 오늘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선 총무원의 일방주의적인 자세가 문제다. 평소 관음사가 종헌.종법을 위배해 왔다면, 그 잘못을 시정하고 바른 종무행정을 펴도록 했어야 옳다.

결국 총무원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무원 따로, 관음사 따로의 주지 선출이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상부의 영(令)이 하부에 먹혀들지 않았다면, 대화 실종.부족 또는 비합리성 등 뭔가 그럴만한 까닭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엄연한 조계종의 한 교구(제23교구)인 관음사가 총무원의 방침과 지시를 외면하고 독자적인 지위를 확보하겠다면, 그 또한 합당한 일이 아니다. 산중총회가 불가피했다면, 사전에 그 당위성을 총무원 측과 충분히 협의하고 설득했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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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총무원과 관음사 간 주지 선출을 둘러싼 다툼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가 돼 버렸다. 곧 두 기차가 충돌하는 일만 남았다.

조계종 초심호계원은 진명 스님이 시몽 스님을 상대로 낸 주지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6월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된 이후에도 계속 관음사를 점유하자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지난 17일 중원.진명.오성.현공 스님에 대해 승려직을 박탈하는 멸빈의 징계를 내린 것이다.

지난 23일 총무원이 임명한 시몽 스님의 관음사 진입이 좌절되면서 발생한 폭력 충돌 역시 사수파 측 스님들의 승려직 박탈과 신도들의 감정 격화가 더 큰 불씨를 자초한 셈이다.

불교든, 다른 종교든 결국 강조하는 교리는 모두 대동소이하다. 이성과 포용, 사랑과 관용, 용서와 화해, 대화와 화합을 생명으로 하고 있다.

관음사 사태 역시 이러한 시각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총무원과 사수파 모두 이성을 찾아야 한다. 아집과 감정을 버리고, 무엇이 진실이고 도리인지를 냉철히 판단해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총무원이 임명한 시몽 주지 직무대행 측은 내일(28일) 집행관을 대동해 관음사를 공식 접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그대로 실행할 경우 더 큰 충돌이 예상된다.

법 집행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특히 종교문제를 법의 잣대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더 더욱 종교적이지 못하다. 총무원은 강자로서의 아량을 베풀어 좀 더 진지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화에는 주지 직무대행의 적법성 문제뿐아니라, 극단의 조치를 취한 승려직 박탈 문제까지 다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양쪽 모두 흡족치는 않더라도 명분도 얻고, 종단과 신도들도 다시 화합하는 결론(실리)을 도출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