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쇠고기 타령’

2007-08-23     김용덕

쇠고기 수요계층 급증

80년대 중반 쇠뻐다귀까지 수입해 이를 식용으로 밀매, 70억원이란 거액의 돈을 번 사람들이 구속된 바 있다. 수입용도를 달리해 폭리를 취한 범죄행위였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고 있다. 최근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통뼈가 발견, 검역중단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기화로 오히려 개방 폭을 더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뿐인가. 호주산 뉴질래드산 등 여러 국가에서 쇠고기가 들어오고 있다. 문제는 광우병.

지난 23일 롯데마트 제주점 개장때 광우병위험미국산쇠고기 제주지역국민감시단이 그 앞에서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판매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13일 이마트 신제주점에서도 미국산 수입쇠고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항의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제주감시단은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인 척추통뼈가 발견돼 식품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데도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판매중단은 커녕 제고판매에 열을 올리는 등 돈벌이에 급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 쇠고기를 사먹고 안 사먹고는 소비자가 판단할 일이다. 팔지 말라고 강압하는 것은 민주적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주변엔 꽤 많다. 이는 예전에 비해 쇠고기 수요계층이 폭 넓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것이 수입을 늘리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소 38부위 85퍼센트 먹어

한국인들의 쇠고기 음식문화를 보면 수입쇠고기가 느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서양사람들은 로스트, 스테이크, 브레이즈, 스튜 등 고작 네가지가 쇠고기 요리법이다.

반면 한국사람들은 우선 날로 육회를 먹는다. 이어 데쳐먹고, 구워먹고, 삶아먹고, 고아먹고, 포 떠먹고, 조려먹고, 말려먹고 등등 33가지 요리법이 있다고 한다.

가장 미각이 발달했다는 프랑스인도 쇠고기를 25부위로 분류, 전체의 60%밖에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은 38부위 85%를 먹는다. 내장은 말할 것도 없고 쇠머리에서 꼬리까지, 여기에다 족발, 선지, 뼛속에서 등골까지 먹는다. 뼈마디의 접골부위인 도가니까지 도려내 먹고 쇠가죽 뒤에 붙은 수구레까지 긁어 먹는다. 심지어 뼈다귀속에 스며있는 뼛 국물까지 우려내 국을 끓여 먹는다. 이 정도면 한국인의 쇠고기 음식법은 세계 최고라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소의 어느 한 부위도 버리지 않고 철저하게 별미를 가려내 먹는 한국의 식문화는 갖가지 설이 있다.

농사짓는 민족에게 가장 소중한 동물이자 희생음식이었기에 어느 한 부위도 버려서는 안된다는 신성설, 가난하게 살아왔기 떼문에 촌분(寸分)도 남지 않게 먹어 치운다는 빈곤설, 눈이 안좋은 사람은 간을 먹어야 한다는 즉, 소의 모든 부위는 그에 합당한 사람의 같은 부위에 약이되고 유익하다는 유감주술설(類感呪術說), 자연환경이 풍요해 뭐든지 찾아먹는 잡식문화가 미각을 발달시키고 그 미각이 쇠고기에 투영된 것이라는 잡식설 등이다.

한우 양산 체제 필요

최근 오픈한 제주축협 한우전문프라자에서 팔고 있는 소 등심 1인분 가격이 3만원이다. 5인 가족이 먹으려면 술을 포함해 20만원은 족히 들어야 한다. 맛은 좋지만 서민들이 즐겨 찾는 먹거리로 자리잡기엔 아직까진 분명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값싼 미 수입쇠고기를 찾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 수입쇠고기의 경우 초지 방목 50%., 사료 50%를 먹인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비록 수입육이지만 육질이 한우와 비슷하다고 한다. 뉴질랜드와 호주산의 경우 거의 방목, 한우 맛과 대별된다.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찾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우 양산체제는 필요조건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 미국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일이다.

현재 미국산 수입쇠고기가 한우에 비해 가격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쇠고기 수요계층은 더욱 넓어지고 소비량은 급증하고 있다. 한우가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가격경쟁력을 돌파하지 못하면 일반 서민들의 눈에 한우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는 쇠고기에 대한 소비심리의 귀추가 아닐까 싶다.

김 용 덕
부국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