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관광객 1000만명 시대" 외치는 한심한 제주도관광정책

2007-08-20     제주타임스

“제주도는 아름다운곳이지만 세계의 상위5%의 손님들이 찾을 곳이 아닙니다. 제주도는 우리들만의 휴양지지, 외화를 들고 올 그들의 휴양지는 아닙니다.”

얼마 전 한국의 저명한 경제지 ‘이코노미스트’(899호)에 세계적 체인을 가진 호텔 리츠칼튼 호텔 총지배인 ‘제푸리 수워드’씨가 한말이다. 왜 세계상위 5%의 손님들은 찾을 곳이 아닌가?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고 세계적 관광지라고 목소리 높여온 제주도관광 정책에 철퇴를 내리는 소리다. 물론 한호텔 종사자가 한말이니 그리 대단한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에 수 백 개의 체인호텔을 두고 세계상위5%의 고급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의 총책임자이고보면 제주관광의 좌표를 바로 지적한 셈이다.

제주도는 30여 년 전 부터 관광과 감귤을 제주2대 생명산업을 제주미래의 지렛대로 국제자유도시 국제관광지를 표방하고 있다. 1960년 제주에온 관광객은 1만 명 정도였다. 1965년 제주도에 관광과가 만들어지며 관광과 감귤을 국가 정책 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제주의 관광과 감귤은 상품을 팔려 애쓰는 정책이 아니라 몰려오는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배짱정책이 되어 버렸다.

1969년 관광 객 수는 18만 명이었다. 이때부터 40년 동안 제주도관광정책은 관광객머리수를 금과옥조의 잣대로 삼아 오고 있다. 지난7월 제주한라산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자 제주도는 벌떡 관광객 1000만 시대를 연다고 기염을 토 하고 나섰다.

2007년 1월 제주관광협회와 제주대학교 관광과경영경제연구소가 조사한 관광통계는 제주도 관광의 새로운 지표를 암시하고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2006년 제주도 관광객은 총5백37만7228명이고 내국인이 512만 4천명으로 95.2%, 외국인45만 3600명으로 4.8%였다. 관광비용(제주의 소득)은 연륙교통비를 빼고 도내에서 사용한 비용 (제주의 실소득)을 설문조사, 분석한 결과 내국인은 31만 3천원, 외국인은 일어권이 196만 2천원(18만 3천명) 중어권이 69만 2천원(중국본토)~72만7천원(22만5천명),영어권이 72만6천원(5만 명)으로 나타났다. 일어 권은 내국인보다 6.2배, 중어 권과 영어권은 약2배로 나타났다.

얼마 전 모 국영방송에서는 특집형식으로 제주도관광이 바가지관광으로 갈 곳이 못 된다는 식의 방송을 하였다. 제주사람들이 관광객들을 등쳐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량한 제주사람들이 아니라 악덕 여행알선업자들의 농간으로 제주관광에 조종(弔鐘)을 울려 주고 있음에도 제주도당국은 말이 없다.

한국여행업체들의 몰염치한 부조리행위는 세계적으로 악명이날정도이다. 제주시에서 가장 큰 음식 영업을 하는 모 인사는 “여행사들의 실비도 안 되는 값을 제시하여 이에 의의를 제기하면 관광객을 안 보낸다고 협박하니 음식의질을 나출 수 밖 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토산품점도 사정은 같다. 이런 관행은 이미 수 십 년 전 부터이며 도내 언론들도 그토록 지적해도 아랑곳없다.

제주도는 관광객1000만 명 시대에 대해 분석이나 하여 보았는지 묻고 싶다. 다행이 1997년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한국 환경영향평가학회에 의뢰하여 제주도의 인구 수용능력을 평가하는 환경지표조사를 한바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제주도에서 쾌적하게 관광을 할 수 있는 최대수용능력은 500만 명 내외로 밝혀냈다. 가령 1000만 명을 수용하려면 지금제주도의 도로, 식수, 쓰레기처리, 관광지 주차시설, 환경오염, 항만, 공항 등 기반시설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은 천문학적이 될 것 이다. 보다 큰 문제는 돈으로 대체불가능한 제주도의 관광자원인 자연경관이 소멸 되는 것이다. 제주의자원은 불변의 제한성을 가지고 있다.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인 한라산 파괴는 등산객을 무한 입장시킨 결과 이고 만장굴도 무한 사람출입과 조명 때문에 굴 안에 녹조현상이 일어나 동굴 본래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인 물 영아리 습지도 출입제한이 풀리자 벌써 천연환경 훼손이 일어나고 있다. 최남단 마라도도 민둥섬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관광개발실적을 머리수만으로 하는 제주도 관광정책의 결과이다. 제주도의 이 정책이 변하지 않으면 제주도는 멀지 않아 모든 관광자원이 소멸되고 말 것은 불을 보듯 하다. 그땐 무엇으로 제주사람들은 살아갈 것인가?

관광개발의 척도를 머리수에 두지 말고 부가가치에 두어야한다. 지금의 관광객 수를 줄여야한다. 세계 상위 5%의 관광객이 가고 싶은 제주도가 되어야 관광산업의 미래가 있다. 어떻게 하여야하나? 이것이 제주의미래 명운이 걸린 ‘키 워드’이다.

신   상   범(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