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산지농협 정신차리세요”
질타당하는 제주농업
산지농협은 지역 농민들로 구성된 생산자단체다. 감귤을 비롯 감자, 당근, 마늘, 양배추, 월동무 등 다양한 품목의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입과 귀가 바로 지역농협이다. 지역 농민의 대변인이다. 지역 농업발전을 위한 정책입안자이기도 하다. 이 역할을 제대로 안하거나 못하면 욕먹게 마련이다. 욕먹게 되면 바가지로 들어도 싸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가 지역농협의 안이한 자세를 꾸짖고 나섰다.
지난 1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고품질 감귤적정생산 결의대회’에서 현홍대 본부장의 말은 지금 제주농업의 현실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었다.
“소비자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유통조절추진위원들은 수급량 조절에만 중점을 두고 소비자를 위한 품질향상노력은 미흡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비상품 감귤유통은 우리 농가 스스로 1등 과일에서 3등과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 말은 감귤농가 뿐 아니라 산지농협의 안이한 자세를 질타한 것이다. 농가와 산지농협은 이 말을 흘리면 안된다. 제주속담에 ‘흐지부지 함덕장’이라는 말이 있다. 제주전통의 오일장 가운데 함덕장을 비꼬는 말이다. 현 본부장의 말은 우리가 지금 ‘흐지부지 함덕장’이라는 소리다. 밖에서는 우리를 질타하고 비꼽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제대로 인식치 못해 흐지부지하고 있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제주감귤의 옛 명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농가 스스로에 달려 있다. 그보다 이를 뒤에서 밀고, 앞에서 당기는 산지농협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예전 농협이 신용사업에만 눈독들이며 지역 농업발전은 모른 채 한다는 말을 다시 들어선 안된다.
농가 파산 부를것인가
일전에 강희철 서귀포농협조합장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강 조합장은 “중국산 감귤이 들어오면 제주는 죽는다”고 단언했다.
“왜 그렇습니까”. 강 조합장은 중국 감귤원을 다녀온 얘기를 꺼냈다. 중국산이 들어오면 제주감귤이 죽는 배경에 대한 중국 시찰소감을 털어놨다.
“일단 감귤원 자체가 지평선이다. 어디가 끝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당도요?. 무지하게 답디다. 값싼 인력에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재배기술을 접목시킨 이들 중국산 감귤이 제주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까 앞뒤가 캄캄합디다. 우리 정신차려도 한참 차려야 합니다”
강 조합장의 말은 이어졌다. “중국 감귤원 시찰은 좋은 곳은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가서 보는 상해나 다른 곳의 감귤원은 사실상 폐원수준의 감귤밭이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가서 본 곳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진짜 중국의 감귤원이었다. 이 곳에서 고품질의 감귤의 한중 FTA를 통해 들어오게 되면 제주감귤은 그야 말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제주감귤의 현실은 어떤가. 한 농가는 70평생동안 이렇게 감귤이 포도송이처럼 열린적을 본적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그만큼 열매솎기가 올해산 감귤의 가격을 좌우하는 결정타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눈치보기가 역력하다. 무임승차하려는 농가로 열매솎기는 메아리로만 허공에 맴돌고 있다. 이 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곳이 바로 지역농협이다. 가만히 앉아 농가 파산을 부르는 농협이 될 것인가의 여부는 지금 손과 발품에 달려 있다.
일류농이 삼류농으로
17일 농협제주본부 2층 소회의실. 이곳에서 ‘2007년산 노지감귤 매취사업’에 대한 협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농협중앙회 도매사업부 수도권사업소 관계자와 지역본부 연합사업 및 유통팀 관계자와 지역농협 경제상무들이 참석했다.
이날 농협제주본부 김상오 지도경제부본부장이 다시 지역농협의 안이한 자세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요약하면 “정신차리라”는 말이었다.
김 부본부장은 자신의 고향 애월을 예로 들었다. 60~80년까지 애월읍 토지는 이른바 ‘땅 힘’이 좋아 무엇을 심든 최고 작물을 만들어 냈다. 당시 인분․뇨를 거름으로 쓰던 시절, 유일하게 애월에서 생산된 작물만이 미군부대로 납품됐다는 예까지 들었다.
“지금 애월은 어떻습니까. 당시 일류농들이 삼류농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런데도 지역농협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역 농협이 제대로운 역할을 못하면 농업 농촌이 죽습니다”
김 부본부장은 농협중앙회 연합사업과의 긴밀한 협조도 당부했다. 사견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해도 지역농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합사업단의 업무와 조직을 존중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아무리 잘나도 개인이 조직을 이길 수는 없다” 김 부본부장의 이 말엔 분명 가시가 돋혀 있다. 숲속의 아름드리 고목은 숲을 이루는 1개 나무에 불과하다. 자신을 아름드리 나무라고 뽐내다간 목재로 잘릴 수도 있는 일이다. 숲 전체를 아름드리 나무로 가꿔 나가는 일, 바로 개인이 아닌 농협이 해야 할 일이다.
김용덕(부국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