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쇠고기가 국산 둔갑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후 이들 수입쇠고기가 ‘한우고기’로 둔갑하여 비싼값에 팔리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최근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이 구이용 쇠고기를 판매하는 면적 300㎡ 이상의 전국 대형 음식점 526군데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이행 여부를 단속한 결과 이중 22.4%인 118군데가 위반했다고 한다.
수입쇠고기를 한우고기로 둔갑해 판매하는 실질적 사례는 더 심각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속대상이 아닌 중소형 음식점에는 아예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 미시행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원산지 의무표시 음식점 규모를 현행 300㎡이상에서 100㎡ 이상으로 강화하고 의무 표시 품목도 닭고기, 돼지고기 등으로 확대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국민들이 국산으로 둔갑한 수입쇠고기에 속고 있는 데도 정부나 국회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마련도 하지 않고 “나 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와 국회의 오불관언(吾不關焉)은 국내 축산업의 위축을 부채질하는 것이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막아버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식점이나 매장 넓이에 관계없이 모든 농수축산물에 대한 원산지 의무표시는 마땅히 이뤄져야 하고 그것은 바로 신뢰사회 구축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축산농가나 시민 사회단체에서는 미국산 수입쇠고기 불매운동을 전개하며 국내산 보호에 진력하고 있다.
앞에서 이들을 지지하고 격려해주지는 못할 망정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위장하거나 둔갑시키는 불법만은 막아줘야 할 것이 아닌가.
낮잠자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흔들어 깨워 빨리 처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