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벽화로 보는 문화거리'
‘아름다운 자연과 토속적 풍경이 있는 정이 넘치는 골목을 만들어요.’ 제주시 이도 1동이 최근 ‘벽화로 보는 문화거리, 걷고 싶은 골목길 가꾸기’ 사업을 벌이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로, 거리 벽화를 통해 도심환경에 일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벽화 운동은 학교 울타리 등 여유 공간에 특색 있는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정이 넘치는 마을 분위기를 연출하고,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도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도심환경 일대 변신 시도
도시 벽화는 원래 멕시코에서 가장 활발히 발전해 왔다.
1910년 멕시코 혁명 후, 혁명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 역사와 정치 이슈를 소재로 벽화를 그리는 운동이 장려되었다.
이후 멕시코 벽화의 스케일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사실적 묘사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화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초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미션 지구의 한 골목에서 시작된 거리 벽화도 바로 멕시코 사람들이 주도한 것이라 한다.
이들의 벽화 운동은 원래 백인 주도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 받는 소수민족의 애환을 낙서를 통해 표출하고자 했던 데서 시작되었고, 이후 의식 있는 예술가들의 호응으로 더욱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들 거리 벽화는 과거 정치, 사회적 이슈를 다루던 것에서 점차 긍정적이고 다양한 생활 주변 소재를 다룸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관광 상품의 하나로 완전히 탈바꿈했고 세계 곳곳에서 거리 벽화는 도시 미화의 한 방편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추세로 진화됐던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어떤 화가는 어느 날 심심풀이로 자기 집 벽면에다 그림을 그리다가 그것이 캔버스 그림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가능성이 많은 데다 재미있음을 발견하고 아예 본격적인 거리의 벽화가로 변신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거리 벽화는 새로운 미술의 장르로까지 올라서고 있다.
특히 이런 거리 벽화는 꼭 전문적인 화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데 매력이 있다. 물론 전문적인 화가의 작품도 있지만, 서투른 아마추어 작가가 그린 것, 동네 사람들이 힘을 모아 그린 소박한 것, 학교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즐겁게 그린 것 등 돈이나 육체·정신적으로 큰 부담 없이 제작할 수 있는 것이 거리 벽화인 것이다.
이도 1동의 벽화운동도 이처럼 소박한 제작방식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도 1동은 사업 1단계로 남문4거리에 ‘남문골 벽화그리기’를 마친데 이어 최근에는 광양초등학교 울타리 및 주변 건물 벽 3곳 150m 구간에 벽화를 제작했다.
이곳은 제주 농어촌의 토속적인 내용을 컨셉으로 하여 초가집, 물허벅, 연자방아, 감귤, 돌담, 해녀, 바다 풍경 등을 그려 넣고 있다는 것.
특히 광양초등학교 울타리에는 어린이들이 꽃을 소재로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제주의 야생화를 그리고 있는데, 이 작업에는 이 학교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지역 풍물로 자리 잡아야
사실 도시 풍경은 삭막하고 칙칙하다. 검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정글이 도시의 모습이라 할 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정서마저 딱딱하게 굳어지고 메마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같은 상황에서 거리 벽면에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물이 어우러지고 어린이들의 꽃그림 솜씨까지 피어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잿빛 도시는 크게 숨을 쉬고 생기를 되찾게 될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시는 ‘1지역 1명품·명소 만들기’ 운동을 펴고 있거니와, 이도 1동의 벽화운동이 그 일환인지는 모르지만, 이도 1동이라는 지역이 거리 벽화로 특성화된다면 충분히 ‘명소’가 될 가능성은 높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미션 지구의 경우 매년 수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그곳의 거리 벽화를 구경하기 위해 다녀간다고 하니 거리 벽화가 지역 풍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도 1동의 거리 벽화도 하나의 지역 풍물로 승화돼 도심 속의 관광명소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김 원 민
논설위원/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