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교회 침통…오늘 밤 추모예배

배형규 목사 부모 탈진…각지 애도발길 잇따라

2007-07-26     진기철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23명 가운데 제주 출신의 배형규 목사(42)가 살해됐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배 목사의 가족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26일 오전 외교통사부가 한국인 1명이 피살됐다는 발표에 이어 살해된 한국인이 배형규 목사라는 비보가 전해지자 가족들은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철야기도를 올리며 무사귀환을 바랐던 신도들도 생각지도 않은 비보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배 목사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철야기도를 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신도들은 “착한일을 하러 간 사람을 왜 죽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무사히 돌아올 줄 알았는데...”라며 복바치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의 죽음을 전해들은 배 목사 부모의 집에는 ‘부재중’이라는 안내 글이 내걸려 있고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는데 충격으로 인해 탈진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주영락교회 김정서 담임목사는 “배 장로 부부는 지난 19일부터 금식기도를 꾸준히 해 왔다”면서 “결론이 이렇게 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배 목사의 형 배신규씨와 전화통화를 하며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김 목사는 “배 목사가 샘물교회에서 사역하고 있고 소속은 제주노회”라며 “유족의 의견을 들어 장례 주관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민족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봉사활동을 간만큼 복지재단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이어 "2~3일 내에 빈소를 영락교회에 마련할 계획"이라며 "27일 밤 배 목사를 추모하는 예배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형규 목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각지에서 배 목사를 애도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출장 중에 있는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애도문을 통해 “제주도민과 온 국민의 바람을 외면한 비보에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밝혔다.

김 지사는 “배 목사는 의롭고 선한 길을 걸어왔고, 병마와 싸우는 생명의 위기에서도 늘 사회에 헌신해 왔다”면서 “도민들은 고인의 깊은 뜻이 헛되지 않도록 제주에 사랑과 평화가 깃들고, 전 세계가 하나 되는 평화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한욱 행정부지사도 이날 영락교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와 함께 강창일.김우남.김재윤 국회의원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비보를 접하게 돼 너무도 안타깝다”면서 “고인이 생전에 헌신한 봉사의 발자취는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빛날 것”이라고 애도 했다.

한편 탈레반 무장단체에 인질로 잡혀있는 한국인 가운데 8명의 여성이 석방된 것으로 잘못 알려지자 제주출신 간호사 이정란씨(34)가 혹시 석방되는 것은 아닌가하고 관심이 쏠리기도 했었다.

이정란씨의 가족 역시 이날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서귀포여고와 한라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경기도 성남시 한 개인병원에서 일해 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