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아메리칸 드림'은 끝났는가?
‘미군이 있으면 삼팔선이 든든하지요/삼팔선이 든든하면 부자들 배가 든든하고요’ 김남주 시인의 가장 짧은 「쓰다만 시」 전문이다. 그리고 시인은 조금 더 긴 시 한 편을 또 썼다.
‘미군이 없으면 삼팔선이 터지나요/삼팔선이 터지면 대창에 찔린 개구락지처럼/든든하던 부자들 배도 터지나요’ 시인은 이 시의 제목을 「다 쓴 시」라고 붙였다.
또 있다. 일본시대에 태어나서 소년기를 보내고, 분단 이후로는 미국시대를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작가 남정현. 그는 ‘반미’라는 말은 곧 ‘빨갱이’로 통하던 시대에 미국의 본질을 신랄하게 비판한 소설 「분지」를 1965년에 발표하고, 그 때문에 모진 고문과 시련을 감내해야 했다.
그는 지금도 미국시대가 아닌, 우리시대를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반미시위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있으며, 이제 반미는 국제사회의 익숙한 풍경이고, 글로벌 이슈가 되었다.
세계여론이 오늘날처럼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과거의 반미주의는 대개 좌익세력과 연계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반미주의는 좌우를 막론하고 폭넓게 파급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신화인가? 아메리칸 드림은 처음부터 미국 땅에서만 추구될 수 있는 순전히 미국적인 꿈이었다.
또한 그 바탕에는 강력한 선민의식이 깔려있다.
미국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보며, 미국을 약속의 땅이라고 믿는다. 미국 언론인 컬런 머피(Murphy)는 지난 5월 〈우리가 로마인가?〉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을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 황제에 비유하면서, 전제적 통치 스타일이나 부패한 부하들을 들춘다고 써내려갔다.
두 ‘제국’ 모두 선과 악의 대결구도에서 자신은 ‘구세주’로 여기고, 국경 너머로 너무 뻗어나간 나머지 내부에서 여러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그 한 예로, 최근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의 소득불균형 정도는 유럽 선진국들보다 심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유럽은 이미 미국을 앞지르고 있으며 교육이나 건강, 자녀양육, 치안 등에서는 이미 유럽의 비교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또 최근 번역 출간된 탁월한 문예비평가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유러피언 드림〉은 부시의 미국적 가치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로,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선언하고 유러피언 드림을 새 희망으로 제시하고 있다.
빈곤문제는 도를 넘는 심각한 수준이다. 평균소득의 반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미국의 인구의 비율이 25개 선진국 가운데 24위이니 그 정도를 알만하다.
미국진보센터가 최근 발표한 미국의 빈곤 통계를 보면, 3700만 명이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13%에 가깝다.
이 가운데 1600만 명은 빈곤층이다. 특히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 비율이 17.6%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배우고 보호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잃고 있다. 그리고 빈곤층의 대부분은 마이너리티들이다.
우리는, 가난하게 태어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의 빈부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고 있다. 유럽에서 가난한 집의 자식으로 태어난 사람이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질 확률은 75%였음에 비해 미국에서의 가능성은 50%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부자가 점점 부자가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하늘도 아니다/미국은 하느님도 아니다/두 눈도 감겨 주지 못한 열네 살 꽃망울들/그 순진한 가슴을/장갑차의 무한궤도로 짓뭉갠/미국은 이 세상 악마이다//악마는 죽어야 한다/원통하게 가버린 민족의 혼을 부르는/저 초불의 바다가 하늘이다/이 준엄한 심판의 하늘 앞에서/미국놈들아/십자가에 못 박히라/아, 저 초불의 바다가 력사의 십자가다!’ 2003년 「조선문학」에 발표한 북한시인 홍현양의 「초불의 바다」끝부분이다.
김관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