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등재,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이룬 첫 사례"

특별자치도 1년…김태환 지사에게 듣는다

2007-07-03     임창준
■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년에 대한 소감은?
험난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으로도 이해한다. 그동안 이양받은 권한과 내부역량을 결집해서 우리 제주만의 색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새로운 행정시스템도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주민불편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리고 항공자유화 등 특별자치도 2단계 제도개선과 뉴제주 운동과 같은 내부역량의 혁신을 통해 다양한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특별자치도 첫해에만 2조4천억원의 신규 개발투자도 유치를 확정했고, 올해내로 대규모 국책사업인 영어전용타운도 착공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같은 성과도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에 날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년의 성과는?
특별자치도는 한두 해로 완성될 수 없다.제도 하나를 바꾸는 데에도 여러 가지 반대요소를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싱가포르 같은 경우도 오늘날 모습을 갖추는데 40년이 소요됐다. 딱 1년만을 놓고 성과의 의미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지만, 간략히 말씀드린다면 먼저 제주특별자치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1 핵심산업, 즉 관광․교육․의료와 청정1차,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
무엇보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증폭되었고,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 이어 오일달러의 대명사인 카타르에서도 제주에 투자의향을 밝히고 있다.
대규모 영어전용타운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혁신도시, 첨단과학기술단지, 민간투자 시설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첫해에만 2조4000억원의 신규 개발투자가 유치됐고, 제주국제자유도시 5년간 통틀어서는 12조1000억원이 투자확정된 상태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특별자치도와 행정구조개편은 행정의 비효율성과 중복․낭비요인을 과감하게 개혁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의 의미와 앞으로의 활용계획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이제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서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연이 되었으며, 특히 제주자연의 우수성에 대하여 엄격한 절차를 거쳐 명실상부하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이번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첫 사례이자 행정과 언론, 환경단체, 지역주민이 모두함께 힘을 모아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고 의미 있는 결과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세계유산 등재를 하려는 목적은 제주자연을 온전하게 지켜내자는 뜻도 있고, 다른 하나는 제주를 널리 알리고 경제이익을 창출하자는 뜻도 있는 것이다. 이번 등재로 10조원의 홍보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잠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베트남 하롱베이의 경우에는 자연유산 등재 이후 23만명이던 관광객이 10년 사이 150만명으로 급증했다. 우리에게도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앞당기는 밑거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해군기지 문제가 도민사회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겠는가?

대통령이 국방을 위해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무엇보다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안보 사업이다.
여기에 지역 경제효과가 덧붙여지면 국가와 지역에 함께 도움이 되는 윈․윈 사업이 될 것이다.

해군기지는 결코 기피시설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미항으로 개발시킬 수도 있고 관광과 지역경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해외에서 철수하는 미군기지 유치를 위한 자치주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심지어는 기지건설 비용의 일부를 자청해서 부담하는 곳도 있다. 모두가 일자리 창출과 소비인구 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평화의 섬으로서, 평화를 수호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이 같은 방향으로 제주 해군기지를 활용해 나간다면 후대에는 우리 제주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 해군기지 문제는 유치결정 단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도민이익은 앞으로 충분히 논의될 것이다. 앞으로 국방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강정마을 발전계획도 조기에 수립해나가겠다.


■ 행정구조개편에 따른 부작용 및 개선점에 대한 지적과 관련, 지사의 생각은?
행정구조개편을 단행한 목적은 국제자유도시 추진을 위해 경쟁력 있는 행정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도-행정시-읍면동간 사무배분이 기획보다 불분명해지면서 도민불편이 발생하고 일부 혼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어쩌면 60년 행정체제에 익숙했던 상황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이다 보니 초기에 불편하고 낯선 것이 없다는 게 이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3회에 걸친 사무배분 조정 등으로 상당부분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 행정시 폐지문제를 거론하는데,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저의 임기중에는 현행 행정시 체제를 유지하면서 적재적소의 인력배치를 통해 특별자치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
■ 투자유치 정책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개선방향은?
제주도에 투자유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전담부서를 만든 것이 2003년도로 이제 4년 지났다.

2002년 국제자유도시가 되기 전에는 50만명 조금 넘는 인구와 항공접근의 한계성, 그리고 관광객 수도 500만명 미만이라는 여건도 국내외 다른 도시들과의 투자유치 환경면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다행히 2002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을 받고나서 투자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가능해졌고 2002년도 이후 관광분야에 현재 12조원 이상이 투자되고 있거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특별자치도로 지정된 이후에는 외국인 투자가들도 관심을 가져서 현재 6건에 7천억원 이상이 투자될 계획이다.
2개의 수도권 기업과 3개의 대기업 연수원 설치도 확정됐다.
그러나 민자유치라는 게 사인만 하면 바로 투자되고 사업이 착공되는 것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는 처음 사업을 검토하고 확정하기까지만 해도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제가 2005년 하반기에 미국을 방문하여 투자를 호소한 이후, 투자를 검토하고 지난 4월 사업예정자 지정을 받기까지 2년이 걸렸다.
앞으로도 4~5년은 있어야 사업이 시작되고. 규모가 큰 만큼 기간도 많이 걸린다.
현재 상담중인 사업들이 있으니 좀더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의료기관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으며, 7월 3일 미국의 유명 병원과 MOU를 체결 했다.
이번 기회에 역으로 말씀드리면 교육이나 의료는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큰 만큼 마을에서 유치 의사를 밝혀 주시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사실 외국인 투자유치에 제일 큰 걸림돌이 토지 확보와 아울러 개발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도민들의 투자가에 대한 환영 및 지원이다. 이것은 도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면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하여 감귤 등 1차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주감귤은 전체 농업인의 85%가 재배하고 농업생산액의 53%를 점유하는 육지부의 쌀과 같은 제주의 생명산업이다.

우리는 제주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오렌지 등 감귤류를 쌀과 대등하게 협상품목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정부와 협상단에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제주감귤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결과가 좋지 못한 데 안타깝게 생각한다.
미흡한 부분은 국회비준과 발효시까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정부에 합당한 대책을 꾸준히 요구하겠다.
별도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차분하게 대책을 마련하겠다. 장기적인 감귤산업 육성을 비롯한 농축산분야 66개사업에 국비 1조8,410억원을 포함, 총 3조3,748억원을 투자계획으로 지난 5월 정부에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