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형 중앙 수비수를 키워라
지난 3월24일 우루과이전. 6월2일 네덜란드전. 이 두 경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비 헛점에 의한 두번의 실수가 그대로 골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한국축구 하면 ‘고질적 수비불안’이 항상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전·후반 통틀어 경기를 재배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 수비불안이 항상 패배의 빌미가 돼왔다. 한국 축구는 지난 6월2일 상암에서 열린 네덜란드전 경기에서 한차원 진화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압박축구를 구사하면서도 상대편 감독이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 놓을 정도로 한 차원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 공격에서의 빠른 패스웍과 감각적인 돌파 모습은 그래도 한국 축구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3개월전 우루과이전에서 보여줬던 무기력함은 네덜란드전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0-2 패배라는 쓴잔을 마셨지만 그래도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할 경우 나름의 선전을 한 것으로 평가해도 무방할 정도로 잘 싸웠다. 하지만 이런 경기력을 구사했음에도 우리는 2%의 부족함을 느껴야 했다. 바로 대형 중앙 수비수의 부재다. 홍명보의 대를 이을만한 대형 중앙 수비수가 없다는 점은 한국 축구의 아킬레스 건이다. 공격진에서 활발한 공격 작업을 하고 결정적인 골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 수비가 안정돼야 한다. 수비가 불안해서는 제대로 공격이 이뤄지지 못한다. 현대 축구의 주류는 토털사커라는 말로 대표된다. 모두가 수비수이면서 공격수라는 뜻으로 11명의 유기적 협조체제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지만 토털사커에서도 수비에 두는 비중은 크다. 수비의 안정을 우선시하고 그 다음이 공격이다. 지난 6월2일 한국전을 끝낸뒤 가진 네덜란드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초반에 너무 공격 위주로 나가는데 이보다는 팀의 구성을 확실히 한 다음에 수비를 어느 정도 맞추고 공격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격보다는 우선 수비의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대형 중앙 수비수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가 4강에 진출할 때 걸출한 3명의 수비수가 우리 수비진을 조율했다. 그 당시 우리는 세계 톱 클래스의 팀들을 연패시키며 4강에 올랐다. 사견이지만 지금의 대표팀 공격력은 그때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수비력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 아쉬운 2%다.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고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중앙 수비수가 절실한 까닭이다. 그래서 홍명보가 그리운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팀도 나름대로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고심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중앙 수비수를 키워내야 한다. 이는 한국 축구 모든 관계자들이 고심해야할 부분이다. 수비수는 공격수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다. 리베로라는 역할을 부여받지 않는 이상 골을 넣기란 어렵다. 그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드물다. 어쩌다 코너킥 상황에서 적진으로 돌진해 골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골맛을 볼 기회가 적다. 즉 화려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 선수들간에도 수비수로 보직을 받기를 꺼린다. 화려한 플레이를 통해 관중들의 시선을 잡고 싶은 선수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탄탄한 수비수들간의 수비력이야 말로 현대축구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인 것이다. 이탈리아가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이유도 골을 넣고 이를 지켜낼 수 있는 수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형 중앙 수비수가 꼭 필요한 대목이다. 선수들의 생각에 변화를 이끌어내기 이전에 체계적인 수비수 양성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유럽 3대 빅리그에 한국 수비수를 적극 진출시키는 장기적인 복안도 마련돼야 한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수비수를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고 안 석
편집부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