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얻은 것 없이 잃어버린 1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 "도민들은 불편했다"
1
내일(1일)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만 1년이다. 정부가 “국방과 외교겭濚?등 국가 핵심 사무를 제외한 권한을 이양하여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특별한 자치도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던 제주특별자치도다. 이처럼 준 독립국가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난 1년은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한마디로 잃어버린 1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초 고도의 자치권 부여 운운하면서 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못지 않은 국제자유도시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법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부의 약속을 믿고 도민들은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4개시군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행정계층구조 개편에 동의했던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까지 포기하면서까지 제주특별자치도의 앞날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4개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광역단체인 도로 행정구조를 단일화하는 것은 당시 정부나 도당국이 열심히 홍보했던 ‘제주특별자치도’의 전제조건이었다. 그래서 찬겧?양론의 도민적 갈등 속에 주민투표를 통해 행정계층구조가 바뀌었고 이에따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했던 것이다.
2
그러나 특별자치도 출범 1년을 돌아보는 도민들의 반응은 이외로 냉소적이다. ‘얻은 것 하나 없는 잃어버린 1년일 뿐’이라는 비판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식은 도민들의 체감이나 생각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정부는 28일 제주특별자치도 1주년에 즈음하여 “제주특별자치도 1년에 유의미한 변화와 성과가 있었다”고 도민의 생각과는 다른 발표를 했다. 정부는 ‘특별한 제주’라는 브랜드 가치 상승과 차별화 된 인센티브 등으로 투자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또 “외국인 자유왕래 및 의사소통 촉진 등을 위한 각종 특례부여로 외국인의 제주도 방문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4개 기초단체 폐지에 따른 행정의 광역화로 각종 비효율과 낭비적 요인이 최소화되면서 통합행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이 같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년의 자랑거리는 하나같이 도민의 겪은 경험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도민의 생각하는 바와도 정반대다.
3
행정의 효율성 측면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특별자치도 출범후 행정의 비효율성과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출범후 공무원수는 5.5%나 늘었다. 그런데도 도민들에 대한 행정서비스는 뒷걸음이다. 민원불편이나 업무처리 미숙 등은 1년이 지나도록 행정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못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민원인들이 특별자치도 출범전 보다 더 불편하고 경제적 시간적 낭비를 하고 있다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광경쟁력도 바닥을 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관광공사가 국민 1만2600명을 상대로 실시했던 여행실태조사에서 제주가 많이 찾은 관광지 순위에서 11위에 그친 것이 그 반증이다. 특별자치도 출범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정부의 선전이 무색할 지경이다.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겠다면서 조례하나 마음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의 현주소다. 특별한 제주도를 만들어주겠다면서 타지방과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며 되레 제주를 홀대하는 정부의 이중성은 제주특별자치도의 먹구름일 수밖에 없다. 다른 데 눈치보지 않는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적 예산적 지원만이 제주특별자치도가 살아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