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문 없애는 정낭마을 '상명리'

2007-06-27     제주타임스
‘대문없고, 도둑없고, 거지없고’. 제주를 삼무(三無)의 섬으로 부르게 했던 핵심 콘텐츠다. 그만큼 제주도민들의 삶이 열려 있고 이웃과의 소통과 수눌음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짜올렸던 미풍양속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삼무 정신이 시대를 달리하면서 많이 훼손되고 사회는 점점 각박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대문이 없고, 도둑이 없고, 거지가 없다는 제주의 삼무 전통은 옛날의 전통습속으로만 이야기 된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이같은 삼무전통을 되살리는 마을이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가 그곳이다. 이 마을에는 130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 총회를 열어 대문을 철거하고 거기에 정주석과 정낭을 설치하는 전통을 재현하자는데 합의하고 사업비 2400만원까지 확보했다. 그래서 오늘(28일) 59가구에 대한 대문 철거작업을 마치고 나머지 60가구는 오늘 10월 추가 철거키로 했다. 10여가구는 이미 대문이 없는 가구다. 그래서 오는 10월이면 이 마을 전가구가 대문이 없어진다. 대문을 없애는 것은 이웃과의 단절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다. 서로 소통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삼무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대문없는 정낭마을’. 분명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특색있는 전통마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살리겠다는 상명리 마을 주민들의 아름다운 합의는 그만큼 마을 구성원의 의식이 건강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