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름만 바꿨다고 일 잘하나
2007-06-22 제주타임스
제주도의 행정조직 운영이 실속이 없고 너무 외형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조직운영의 철학이나 일관성은 고사하고 중앙부처 답습에만 의존하고 있어서다.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 받았다는 제주특별자치도가 고유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실속없는 행정을 펴고 있는 것은 공무원들이 그만큼 공직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잃어버리고 자기계발이나 자기 연마를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도가 주최한 ‘제주특별자치도 조직운용’ 관련 전문가 초청 포럼에서 방만한 조직 운영을 질타하고 현재의 공무원수를 30%이상 감축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가 않다. 도 행정조직에 대한 이 같은 외부의 따가운 비판 속에서 최근 제주도와 두 행정시의 행정조직 명칭개편 방향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실속 없는 형식주의 때문이다. 도는 지식산업국의 ‘첨단청정 에너지과’를 ‘청정에너지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문화복지국’을 각각 ‘주민생활지원국’으로, 읍겦?동의 ‘사회복지 담당’을 ‘주민생활지원담당’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이다. “주민과 밀접한 복지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주민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담당업무는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바꾸어 ‘서비스’니 ‘주민 편익’ 운운하고 있으니 어이없기 짝이 없다. 이들 기구 명칭은 지난해 7월1일 제주도특별자치도 출범때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1년도 안돼 바뀌고 있으니 주민편익이 아니라 주민불편과 혼란만 부를 뿐이다. 이번 명칭개편은 행자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 한다.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았다면서 제 기구 이름마저도 자치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특별자치도라니, 한심할 뿐이다. 이름만 바뀌었다고 행정의 질이나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외형이나 이름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 ‘형식적 도정 추진’은 도민들만 고달프게하고 헷갈리게 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