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숨막히게 감탄했다는 한 석학의 편지
<편집자註> 이 글은 지난 5월 25-26일 (사)제주화산연구소 제5회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하여 하와이화산활동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제주 화산섬의 지질답사를 한, 화산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 하와이대학 지질학과의 켄 혼 교수가 돌문화공원과 제주 화산섬을 둘러본 소감문을 보낸 것입니다. (번역 : 진명식 제주화산연구소장)
제주화산연구소
진명식 박사 귀하
저는 제주돌문화공원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나게 만든 당신과 그 외 수고하신 여러 분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20여 년 간 하와이의 현무암질 화산에 대하여 연구해 왔으나, 이곳의 제주형성전시관(돌박물관)과 돌문화공원과 같이 다양한 표품을 전시한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곳에 전시하고 있는 표품들의 대부분은 세계적으로 드문 독특한 것들이라고 믿어집니다.
특히 크지만 아주 미묘하게 접힌 리본형의 화산탄을 보았을 때 저는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외에도 나무 숯의 쪼개진 결을 따라 용암이 주입하여 만들어진 신비로운 화산수형캐스트(lava tree cast) 시료들을 보았을 때 흥분되어 할 말을 잃었었습니다.
이와 같은 훌륭한 화산학적(火山學的)인 표품들뿐만 아니라 이들 시료의 진열 및 전시 방법이 지극히 예술적으로 어우러져 이곳 박물관이 관람객을 기절시킬만한 “화산학적인 전시물과 예술적인 박물관”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렸을 때의 지구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 분이 전시해 놓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화산에 관한 것을 단 몇 시간 동안 보았지만 저에게는 굉장한 행운이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는 제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더 볼 것이 많겠지만, 저는 옥외에 전시된 민속품들을 보았는데, 그것들은 수천 년 동안 이곳 주민들이 화산과 함께 살아온 그들의 생활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유물들, 특히 조각품, 건물, 생활용품 등은 모두 제주의 이곳저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로 만든 것이었으며, 매우 정교하고도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화산섬인 제주에 와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에 적응하고 조화롭게 잘 공존하고 살아 왔는지를 전혀 새롭게 배우고 돌아갑니다.
화산과 화산암을 가지고 있다는 제주도민의 자랑이 섬 전체에 가득 차 있음을 느낍니다. 제가 체류하는 동안 훌륭한 몇 곳을 방문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의 용암동굴은 크기로나 아름다움에서 가히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섬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분석구(噴石丘)나 응회구(凝灰丘) 중 몇 개는 제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도 아주 멋지고 훌륭한 것이었으며, 그것들이 어떻게 분출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샘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주도가 저의 고향인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지(UNESCO World Heritage site)로 곧 지정될 것을 기원하며, 또 그렇게 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화산섬 제주도의 경이(驚異)로움을 잘 설명해주는 완벽한 교육장입니다.
화산섬 제주도를 작은 실내에 다시 이렇게 환생하는데 수고한 많은 사람들(많은 표품을 기증하시고, 돌문화공원 전체와 전시물을 디자인하신 백운철 님, 그리고 같이 참여하여 제주형성전시관의 실내 전시에 학술적 뒷받침을 해준 제주화산연구소 지질학자와 관계자, 학예연구사들 그리고 여러 가지 행정적으로 도우신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켄 혼
하와이대학 지질학과 부교수겸 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