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해군기지 유치「고마움」발언 '진의'는?
지난 23일 제주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공항을 떠나기 직전에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해 도민과 강정동민 여러분에 감사한다는 취지로 행한 발언을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한미FTA 협상타결로 인해 실의에 빠진 제주 농민들을 위로 격려하고 후속 지원대책 등도 마련하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했으나, 딱 손에 와 닿는 이렇다할 '선물' 없이 “감귤 경쟁력 강화 위해 일류 상품을 만들자”는 등 도리어 농민들에게 부담을 줌은 물론 지원대책 등에도 원론적 답변 수준에 머물러 도민들의 욕구를 썩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 유치 결정 이후 도민사회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날 간담회에 국방부 차관를 배석시킴으로써 해군기지와 관련해 모종의 발언이 있을 것으로 예견됐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의 간담회 때 김태환 지사에 의해 특별히 초청된, 해군기지 유치 결정한 윤태정 강정마을 회장이 정부차원의 공식 지원을 요구했음에도 이날 노 대통령은 해군기지에 대해 일체 발언이 없어 제주도 관계자를 실망시켰다.
이처럼 노 대통령의 해군기지 관련 '노 코멘트' 배경을 놓고 억측이 나도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이날 저녁 6시께 김 지사 명의로 각 언론사에 긴급 보도자료를 보내 노 대통령이 제주를 떠나기 직전에 항공기 부근에서 김 지사와 면담이 있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노 대통령이 제주방문 행사를 마치고 제주공항에서 항공기 탑승 직전에 김 지사를 긴급히 찾아, '제주 지역주민과의 간담회 석상에서 해군기지와 관련한 말씀을 빼뜨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제주도민과 대천동 강정마을 주민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이날 언론사에 긴급 보도자료를 배포한 외에 제주도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전문을 긴급 게재하는 등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부산을 떨었지만, 언론이 배석치 않은 상황에서 표명한 노 대통령의 발언의 진의와 함께 이에 따른 노 대통령의 제주도민에 대한 공식적인 발언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
특히 강정마을 회장은 물론 김 지사가 간담회 때 “해군기지 유치 결정이 어렵게 이뤄졌다” 며 노대통령의 해군기지 결정에 따른 고마움 등 해군관련 언급을 기대하는 언사로 운을 땠으나 단 한마디 없다가 뒤늦게 공항 이륙직전에야 김 지사를 불러 해군기지에 대해 짤막한 언급을 한 것은, 여태까지의 노 대통령의 일반적인 ‘화법’ 에 비추어서도 아리송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통령이 특히 해군기지와 관련해 중요한 언급이 누락됐다는 것 자체가 과연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에 대해서도 논란거리다.
어쨌거나 해군기지 유치결정 이후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ㆍ도의회 등의 파상공세에 밀려 '사면초가'에 내몰린 김 지사는 이번 대통령의 발언을 '천군만마'로 활용할 태세다.
실제로 김 지사는 25일 예정에도 없는 사무관급 이상 확대간부회의를 소집, 노대통령의 이같은 ‘해군기지 유치에 따른 제주도민에 대한 고마움 말씀’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도는 이런 김 지사의 발언을 언론에 홍보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해군기지 반대측에서는 공식석상에서 해군기지와 관련된 발언이 전무함을 들어, 공항에서의 발언은 공식적 발언이 아니라고 애써 ‘평가절하’ 내지 폄하하려 드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