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前燈火' 제주감귤, 美에 KO패
감귤류, 세이프가드 15년간 1회만 발동…'희생양'
한미 FTA협정문이 25일 정식 공개되면서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류가 미국 오렌지와 협상에서 국내 타 작물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불리하게 협상이 체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 오렌지가 물밀처럼 국내에 수입돼 감귤산업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경우 관세를 올려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15년 사이에 단 한번만 발동할 수 있게됨으로서 이후에는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돼 감귤류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사실상 미국측과의 협상에서 오렌지에게 KO패한 것이다.
정부가 25일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쇠고기와 돼지고기, 사과 등 국내 주요 30개 품목과는 달리 감귤은 '계절관세'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특별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양자 세이프가드 대상으로 넘겨졌으며, 나머지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관세철폐 이행기간 동안 단 한 차례만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도록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세율할당(TRQ)으로 무관세로 들여오는 오렌지에 대해서 공매하도록 해 오렌지 수입에 따른 차액을 감귤기금으로 전혀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오렌지는 성출하기(9~2월)에는 현행관세(50%)가 유지되는 대신 TRQ 물량으로 2500t을 무관세 쿼타로 수입을 허용하며, 매년 3%씩 복리로 그 물량을 늘려야 한다.
비출하기(3~8월)에는 현행 관세 50%를 관세 30%로 첫해에 낮춘 후 7년 이내에 완전 철폐하도록 규정돼 있다.
감귤은 15년에 걸쳐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며, 감귤쥬스는 10년, 냉장 오렌지 쥬스는 5년, 그리고 냉동 오렌지 쥬스는 즉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수입량이 금증할 가능성이 높은 농산물에 대해 매년 설정돼 있는 수입물량기준을 초과하면 자동적으로 기한과 횟수가 제한 없이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 품목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사과, 고추 등 30개 품목이 선정됐다.
이와는 달리 오렌지는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돼 모든 상품에 대해 적용되는 양자 세이프가드 대상으로 넘겨졌다.
양자 세이프가드 대상은 농산물 중 30개 품목에서 제외된 농산물과 나머지 모든 상품이다. 그런데 한미 양 국은 이 양자 세이프가드를 동일 품목에 대해 1회만 발동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다. 오렌지류(감귤)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특히 후지사과인 경우 2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고 특별세이프가드로 23년동안 적용되는 것에 비춰볼 때 감귤류는 이번 한미FTA협상에서 타 품목을 보호하기 위한 '희생양'이 됐음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오렌지에 대해서는 어떤 수입 피해가 있어도 단 한 차례밖에 세이프가드를 발령하지 못하도록 한 사실이 최종적으로 드러났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계절관세로 감귤이 한미FTA의 최대 피해 품목이 된 상황에서 또 다시 특별세이프가드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정부가 감귤을 너무나 도외시 했다는 것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