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산 검사 제대로 하라

2007-05-22     제주타임스

개인이든 조직이든 돈을 다 쓰고 나면 제대로 썼는지, 낭비나 잘못된 것은 없는지 결산을 해 봐야 한다.

그래야 살림을 알차게 꾸려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물며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돈 씀씀이를 따져 살펴보는 것은 그것이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 제주도의 예산결산검사 업무가 지난 16일부터 이 달 말까지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의회의 승인을 거쳐 지출한 1조2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대상이다.

그런데 지난해 실시된 2005년도 제주도의 예산결산검사보고서가 너무 부실하다는 지적이어서 검사 업무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5년도 예산결산검사보고서의 경우 지적사항을 적은 ‘행정개선을 요하는 사항’은 A4용지 8쪽이 전부다.

연간 1조원이 넘는 도 예산결산검사 최종 보고서 내용이 겨우 이 정도라는 데에 도의원은 물론 공무원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예산을 잘못 집행해 지적된 사항은 거의 없다. 모두 잘 됐다(‘적정하게 표시되고 있다’)는 식이다.

지적된 사항도, 예컨대, 도청 예산 집행에 있어 예산을 전용한 경우가 10억 원대가 수두룩한 데도 수 천 만원을 전용한 것 2가지 사례만을 적시하고 있으며, 승인된 예산을 여러 사정으로 집행하지 못한 것도 많은 데도 집행잔액이나 불용액(不用額)을 집계, 그 사유 등을 지적하지 않음으로써 주먹구구식으로 짜여진 예산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결산검사 위원들이 무능한 것인지, 아니면 도의 로비에 의해 묵인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예산결산검사를 이런 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정말 그렇다면 이중 삼중의 장치가 되겠지만, 결산검사에 대한 사후 검증장치라도 마련해 투명성과 구체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일이다.

올해 위촉된 검사 위원들은 지난해의 부실한 검사보고서를 반면교사로 삼아 알차고 추상같은 예산결산검사의 결과물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