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판결] "법관 재판 지연, 국가 배상책임 없다"

"대법원 재판기간 3년5개월 소요되자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침해" 소 제기

2007-05-20     김광호

법관의 재판 지연이 국가 배상 책임이 될 수 없다는 이색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18일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재판 지연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에서 3년5개월만에 이뤄진 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거나, 그 위법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국가가 원고에게 손해 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고 선고했다.

1997년 4월 회사에서 징계 해고를 당한 뒤 A 씨는 2000년 2월 울산지법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2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피고(해고 회사)는 부산고법에 항소했고, 2002년 1월 항소가 기각되자 같은 해 2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무려 3년 5개월만인 2005년 7월에야 회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법원에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법관이 직무수행을 위반했다”며 “국가는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판결문에서 “법관의 재판에 법령의 규정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상 위법한 행위가 돼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가 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당해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으로 재판을 했거나,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대법원 재판과정에 상고한 회사측이 수 차례에 걸쳐 상고이유보충서 및 참고자료를 제출했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상고이유보충서 등을 제출함으로써 그 심리.판단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어떻든 대법원 재판 기간이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린 보기드문 사건으로, 만약 원고가 상고할 경우 당사자인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