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승이 없는 학교

스승의 날에 돌아보는 교육현실

2007-05-14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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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자는 뜻에서 제정된 날이다. 예로부터 스승은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부모로부터 육체를 받았다면 스승으로부터는 정신적 자양분을 얻는다. 그래서 스승을 마음의 어버이라고도 부른다. 스승과 어버이는 일체라는 사부(師父)일체 사상도 여기서 나왔다. 일찍이 루소는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데 있지 않고 사람을 만드는 데 있다”고 했다. 벽돌을 찍어내듯 같은 지식만을 주입시키는 지식주입 교육이 아니라 사람이 타고난 가치에 윤기를 더해주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교육은 지혜와 도덕의 두 기반 위에서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는 작업이고 스승은 이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스승은 백번 존경받아 마땅하고 진심으로 감사받아야 할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는 스승의 노래가 더욱 가슴에 와닿는 ‘스승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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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이처럼 감사하고 우러러 보아야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학교 내에서든, 학교 밖에든, 학생들로부터 든, 학부모들로부터 든 그렇다. 스승은 이미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감사의 대상과도 거리가 멀어버렸다. 학생들의 ‘몰카’에 의해 고발당하고 학부모들로부터 멱살잡이와 구타를 당하는 이야기도 다반사로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심지어는 제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교사들의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사회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한 두 사람의 빗나간 일탈이 선의의 다수교사들을 도매금으로 매도하기 마련이다. ‘촌지’ 등에 의해 비리집단으로 통째로 팔매질 당하기도 한다. 오죽해야 ‘스승의 날’ 행사대신 휴업을 하는 학교까지 등장하고 있겠는가. “스승은 없고 지식만파는 선생만 있을 뿐”이라는 교사사회에 대한 비아냥거리는 사회적 편견과 냉소는 그래서 교육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교육자들의 자존심과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위축과 사회적 편견으로는 교육이 제대로 일어설 수가 없다. 국가 미래를 위한 희망도 엮어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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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교육환경과 교단 현실을 사회적 편견이나 제도 탓으로 만 돌릴 수는 없다. 교육의 한 주체인 교사들에게도 책임은 많다. 학생들을 사랑과 인격체로 가르치러 들지 않고 이념의 소도구로 활용하려는 빗나간 이념정치 교사들, 자기계발에 소홀히 하면서도 ‘철밥통’에만 매달리려는 무사안일주의, 학생들 탈선을 보고도 못본 체하는 의도적 무관심과 집단 이기주의에 편승하려는 교육적 일탈 등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은 교사들 처신 못지 않게 또 다른 교육주체의 한 축인 학부모 등 사회공동체가 함께 만들어나갈 수 밖에 없다. 우선 학부모들이 앞장서야 한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깔보면 자녀인 학생들이 교사를 업신여길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이를 자녀들의 마음에 심어줄 수만 있다면 지금의 교육환경은 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존경과 믿음,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교육현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들이라 할 수 있다. 스승의 날 하루만이라도 이들 교육 3주체가 어우러져 존경과 감사와 기쁨을 엮어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